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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산업 전반으로 옮겨붙은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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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 막히고 점포·공장 문 닫고 소규모 업체는 줄도산 위기

경향신문

그래픽 | 현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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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전자·정유·항공·유통 등 산업계 전반에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확진자가 발생했거나 다녀간 사업장들은 임시로 문을 닫았고, 하늘길과 뱃길도 차질을 빚으면서 중국 등지로의 수출입에 먹구름이 짙어졌다.

백화점·아웃렛 곳곳 임시 휴점

확진자가 방문한 서울의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전 매장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은 23일 임시 휴점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대전의 두 번째 확진자가 지난 19일 지하 1층 등을 들른 사실이 드러나자 전체 문을 걸어잠그고 24일 다시 문을 열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선 한 확진자가 지난 19일 오후 2시쯤 푸드코트에서 1시간 정도 식사를 했다. 그는 지난 16일 남편과 대구 신천지 교회를 방문한 뒤 21일 부천시보건소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확진자가 다녀간 롯데아울렛 광교점은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휴점하고 25일 다시 문을 열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2일부터 24일 오전까지 구미사업장을 폐쇄했다. 근무하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정 판정을 받아서다. 이곳은 ‘갤럭시Z플립’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연구·개발(R&D)하는 사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루 반가량 운영이 중단된 것이어서 목표 생산량에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이미 지난달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억50만대로 지난해 1월(1억790만대)보다 7% 줄었다고 밝혔다. 중국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화웨이의 출하량이 39% 감소한 영향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5~6%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구미공장 이틀간 폐쇄

LG 계열사·SK하이닉스는

직원 수백명 자가격리 조치


LG전자를 포함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구미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LG 계열사들은 대구와 경북 청도 거주자와 이들 지역을 방문한 사람들의 사업장 출입을 금지키로 했다. 지난 20일 SK하이닉스 신입사원이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천캠퍼스 임직원 800명은 자가격리 조치됐다. SK하이닉스 반도체 매출에서 중국 비율은 49%, 삼성전자는 16%를 차지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수출된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은 크게 휴대전화와 서버인데, 휴대전화 쪽은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발 ‘와이어링 하니스’(배선 다발) 공급 부족에 며칠 가동 중단까지 겪은 자동차업계는 최근 공장을 재가동하며 한숨 돌렸다. 다만 대구·경북 등지의 협력사에서 생산 차질이 생길까 긴장하고 있다.

올해부터 업황 개선이 기대된 정유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이동이 줄어 석유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달 둘째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4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넉 달 만에 손익분기점(4~5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12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 초부터 서서히 회복됐다. 업계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유 가격이 떨어졌지만 석유제품 가격은 변화가 크지 않아 정제마진이 오른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런 개선세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미 지난 21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56.41달러로,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올 1월 60달러대 중반 수준에서 10달러 가까이 떨어졌다. 국제유가 하락이 결국은 제품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교통량 급감에 정유사 매출 타격

항공·여행 ‘눈물의 무급 휴가’


육로와 항로를 통틀어 교통량이 급감하는 것도 악재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03년 3월 사스 경보 발령 당시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소비량은 각각 20%, 8%, 24% 감소했다. 국내 정유사 매출에서 항공유 비중은 지난해 13.7%였다. 등유 생산량 중 항공유 비중은 89%에 이른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세계 경기가 침체돼 정유사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올 상반기 회복도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항공과 여행업계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한·중 항공노선의 70% 이상이 중단 또는 감편한 데 이어 동남아 노선까지 축소되고 있다. 지난달 국제선 여객수는 792만1496명으로 지난해 1월보다 1.8% 감소했다. 이달 여객수는 더 줄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은 임원들이 20~40%의 임금을 반납하며, 직원들에게는 무급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여행사들도 이달 신규 예약이 지난해 2월보다 8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대형사는 주3일 근무제나 2개월 무급휴가를 시행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홍콩 시위로 매출이 쪼그라든 상태에서 더 타격이 큰 코로나19를 맞았다”며 “이 기조가 유지되면 중소업체가 줄도산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곽희양·남지원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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