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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우한 코로나도 못 막은 日 기생충 열기… "한·일 문화공감 활발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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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송강호 도쿄 기자회견… NHK 등 200명 취재 경쟁 치열

악화된 한·일 관계와 우한 코로나도 영화 '기생충'의 인기를 막지 못했다. 일요일인 23일 오후 5시, 일본기자클럽이 도쿄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기자회견엔 200여 명의 일본 언론인들이 모여들었다. NHK를 포함, 20여 명의 TV 카메라 기자들은 기자회견 2시간 전부터 촬영하기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일본 언론은 기생충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을 휩쓸자 이 영화에 나오는 '짜파구리' 조리법도 소개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여왔다. 23일 현재 기생충은 일본에서 220만이 관람하고 30억엔(324억원)의 흥행수입을 돌파, 일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역대 흥행 1위로 올라섰다.

조선일보

23일 오후 일본 도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참석한 회견장은 일본 언론인 200여 명이 모여들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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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기생충이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데 대해 "잘 모르겠다. 제가 오히려 여쭤보고 싶다"고 했다. "전 세계가 양극화 고통을 겪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난 비관주의자는 아니나 모두의 불안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송강호는 이 영화를 공생(共生)에 대한 영화라고 정의했다. "제목은 기생충이지만 어떻게 사람이 사는 것이 좋은가를 그려내 전 세계가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봉 감독이 2006년 제작한 영화 '괴물'이 최근 우한 코로나가 창궐한 상황과 비슷하지 않으냐는 질문도 나왔다. 봉 감독은 "영화 괴물은 존재하지 않는 바이러스 소동을 다뤘다"며 "문제는 우리가 만드는 공포가 더 크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너무 과도하게 대응하면서 국가적 인종적 편견을 가져선 안 된다. 조만간 슬기로움을 찾지 않을까 희망한다"고 했다.

일본 기자들은 20년째 함께 활동하는 두 사람 관계에도 관심을 보였다. 봉 감독은 송강호에 대해 "시나리오를 쓸 때 '이 역할은 이분(송강호)이 할 것'이라고 전제하면 풀밭의 망아지가 뛰놀듯이 더 잘 쓰게 된다"고 했다. 송강호는 "봉 감독은 음흉한 천재 감독이다. 그와의 작업은 축복이자 고통의 연속"이라고 해 웃음이 터졌다.

두 사람은 최근 험악해진 한·일 관계를 깊이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송강호는 "(기생충 흥행을 계기로) 앞으로 양국의 문화공감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면 좋겠다"고 했다. 봉 감독은 "일본 영화계에 오랜 전통이 있으며 거장(巨匠)이 많이 있다. 일본 필름 메이커들의 폭넓은 세계를 항상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자신의 목표에 대해 "창피하지만 (영화사에 남는) 클래식을 만들고 싶다는 그런 망상이 있다"고 했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 앨프리드 히치콕의 '현기증'을 거론한 그는 "흥행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불순물에 집착하기보다는 영화 스토리에 투명하게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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