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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틱톡처럼, 구글·페북도 15초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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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전 6시,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인 BTS(방탄소년단)가 동영상 공유 앱 '틱톡(tiktok)'에 4집 타이틀곡 'ON'을 공개했다. BTS가 정식 발매 시점보다 12시간 앞서 틱톡에서만 신곡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는 틱톡이 젊은층에서는 유튜브·네이버 V라이브보다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보고 있다. 2016년 9월 중국 바이트댄스가 내놓은 틱톡은 세계 쇼트폼 동영상(short-form·15초~1분 남짓한 짧은 동영상) 서비스의 원조격이다. 10·20대 젊은 사용자를 중심으로 월평균 이용자(MAU)만 8억명에 달한다. 바이트댄스는 기업 가치 780억달러(94조5000억원)로 세계 최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다.

틱톡 같은 1분 내외의 쇼트폼 동영상이 그동안 동영상 시장을 장악했던 유튜브식(式) 10분짜리 동영상 서비스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물론 페이스북·트위터·텐센트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동영상 서비스 시장이 틱톡과 같은 쇼트폼 동영상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바이두와 텐센트 같은 중국 기업은 미국을 베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며 "지금은 반대로 중국 틱톡을 베낀 미국 서비스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도 페이스북도 틱톡 카피

구글은 지난달 1분짜리 짧은 동영상을 제작·공유할 수 있는 '탄지'(Tangi)를 출시했다. 주력 분야는 교육용 콘텐츠다. 개인 사용자들이 요리·패션 코디·화장법 등 자신들이 가진 노하우를 1분짜리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준다. 탄지 개발을 총괄한 코코 마오(Mao) 매니저는 "중국 상하이 고향집에 방문했을 때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이 모두 짧은 동영상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는 모습을 보면서 착안해 만든 서비스"라고 말했다. 틱톡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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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도 지난달 6초짜리 동영상 공유 서비스 '바이트'(Byte)를 내놨다. 트위터는 동영상 전문 제작자를 대거 끌어와 수익 모델까지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페이스북의 사진·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은 작년 11월 브라질에서 15초짜리 음악·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릴스'(Reels)를 출시했다.

중국에서도 틱톡 '카피캣'(모방 제품)이 나왔다. 텐센트는 최근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에 '스핀하오'라는 쇼트폼 동영상 서비스를 시험 운영하고 있다. 최장 1분짜리 동영상을 올려 다른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기능이다. 텐센트는 기업 고객에게 우선 스핀하오를 쓸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서는 음식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작년 10월 10초짜리 동영상 서비스 '띠잉'(Thiiing)을 선보였다.

◇짧고 쉬운 동영상이 시장 장악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쇼트폼 동영상 시장에 뛰어든 것은 사용자 확보를 위해서다. 사용자가 늘면 이는 광고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에 나선 글로벌 인터넷 기업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시장에 뛰어들어 사용자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틱톡이 선보인 15초~1분짜리 쇼트폼 동영상은 유튜브·넷플릭스 등에 있는 동영상보다 제작이 쉽다는 점도 쇼트폼 동영상 시장을 키우고 있다. 유튜브용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전문 편집 프로그램과 촬영 장비, 인력 등이 필수지만, 틱톡은 스마트폰으로 찍고 앱으로 편집해 올리면 된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 개선과 AR(증강 현실) 같은 신기술도 시장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0'에 사진과 동영상을 동시에 찍을 수 있는 '싱글테이크' 기능을 추가했다. 해당 기능으로 촬영하면 인공지능(AI)이 가장 잘 나온 사진과 동영상을 알아서 편집해 골라준다. 사용자는 콘텐츠를 쇼트폼 동영상 서비스에 곧바로 올릴 수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층은 스스로 창작자 겸 사용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틱톡이 이미 성공 사례를 보여준 만큼, 다른 인터넷 기업도 빠르게 시장에 진출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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