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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간호사 이어 의사도 연쇄 확진… 병원 폐쇄, 또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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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확산] 늘어나는 병원내 감염, 1차 저지선이 무너진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의사·환자 감염, 해당 병동·응급실 등 닫아

창원 한마음병원도 확진 의사가 수술한 환자들 격리, 전체 폐쇄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23일 20대 전공의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됐다. 이날 경남 창원 한마음병원에서도 의사가 확진되면서 병원 전체가 폐쇄됐다. 해당 의사가 수술한 환자 12명은 집단 격리됐다. 두 병원에서는 모두 간호사가 먼저 확진됐고, 이 간호사들과 접촉했던 의사가 뒤늦게 확진돼 의료진 사이에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의사가 확진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지난 20일 대구·경북에서 간호사들이 첫 의료진 감염으로 보고된 지 사흘 만이다. 20일 대구가톨릭병원에서 간호사 1명,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는 간호사 4명의 감염 사례가 나왔다.

이에 전국적인 우한 코로나 지역사회 전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병원 내 감염까지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때는 전체 확진자의 92.5%(186명 중 172명)가 병원에서 병을 얻었다. 병원은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들이 모여 있어 병이 퍼지기 시작하면 치명적이다.

곳곳에서 병원 내 감염 우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이날 확진된 전공의는 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병동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매일 폐암, 만성 호흡기 폐질환, 천식 등으로 입원한 환자 60여 명을 돌봤는데, 이 병동 환자 1명도 확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선 지난 18일 어머니에게 간 기증을 하고 입원 중이던 20대 딸이 확진자로도 밝혀졌다. 이 병원은 응급실, 호흡기 병동, 간 이식 병동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고 일부 의료진도 격리했다.

조선일보

과부하 걸린 대구, 의료진은 녹다운 - 23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입구에서 의료진들이 장비를 점검하거나 잠시 눈을 붙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100~200명씩 늘고 있는 가운데 확진자의 절반쯤이 몰린 대구·경북 지역은 의료진과 병상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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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성모병원에서는 21일 35세 병원 환자 이송요원이 확진됐고, 23일 이송요원과 접촉했던 62세 남성 입원 환자도 확진됐다. 은평성모병원은 23일 응급실을 폐쇄하고 외래진료를 중단했다. 이송요원과 접촉한 300여명이 현재 격리 중이다.

병원들은 '제2의 대남병원'이 나올까 우려하고 있다. 청도 대남병원에선 폐쇄병동 입원 환자 103명 중 102명이 우한 코로나에 감염됐다. 이들을 뒷바라지했던 간호사 4명 등 병원 직원 9명도 무더기로 확진됐다. 한 감염내과 의사는 "병원은 확진 환자가 나오면 최대한 빨리 폐쇄 및 방역에 들어가고 접촉한 의료진을 자가 격리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병원 기능 마비로 의료 공백 우려

문제는 이렇게 병원 폐쇄가 이어지고, 병원 의료진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서 병원 의료 기능의 마비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환자를 치료해야 할 의사·간호사가 확진자나 의심 환자와 잠시 스쳐 지나갔다는 이유로 자가 격리에 들어가면 정작 심근경색 등으로 병원에 온 긴급한 환자를 돌볼 수 없다. 실제 지난 19일 대구에선 경북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영남대병원·계명대동산병원 등 대학병원 응급실 4곳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시 폐쇄되면서 인구 240만명인 대구의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백진휘 인하대 의대 응급의학과 과장은 "우한 코로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발열 호흡기 환자는 격리하고 응급실 의료진은 중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한 코로나를 전담하는 선별진료, 거점 병원을 빨리 지정해야 한다"고 했다. 무작정 폐쇄와 방역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가 스쳐 지나갔다고 해서 그 공간에 한 시간 이내 머문 의료진을 다 격리시키는 것은 무리"라며 "병원 기능을 마비시키지 않고 전염 우려가 없는 선에서 의료진 격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입원 환자의 병원 엑소더스도 문제

의료계에 따르면 환자 이송요원과 환자 등이 잇달아 확진된 은평성모병원에서 입원 환자들이 다른 병원 응급실 등으로 '엑소더스'하고 있다. 이 병원과 가까운 지역에 있는 큰 병원들에 비상이 걸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된 병원에서 온 환자인지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경기 지역 한 감염내과 교수는 "2015년 메르스 당시 평택성모병원에서 빠져나간 입원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바이러스를 퍼트렸던 사례가 생각난다"고 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들이 바이러스를 다른 병원으로 퍼트릴 수 있어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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