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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르포]“코로나 탓 수십억 포기” 400년만에 문 닫은 구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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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부산 구포시장 23일 하루 휴장

870개 점포 문 닫아 골목엔 적막감만

일요일·장날 겹치면 2~3만명 찾던 곳

상인들 “코로나 예방 우선 휴장결정”

부산 동래시장,성남 모란시장도 휴장

중앙일보

부산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수 확인된 23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이 하루 임시 휴장했다. 시장 입구에 출입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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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전통시장 등이 코로나 19 확산 차단을 위해 잇달아 임시휴장에 들어갔다. 상인들은 코로나 19사태로 매출이 많이 줄어 어려움이 많다며 울상을 지었다.

조선 중기에 개설된 ‘구포장’의 명맥을 이어온 유서 깊은 전통시장인 부산 북구 구포시장. 현재 870여개 점포로 된 상설시장과 5일장(3·8일)이 함께 열리는 대규모 시장이다. 하지만 23일 오후 이곳은 오가는 사람 하나 없어 적막감만 흘렀다. 구포시장 상인회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이날 하루 임시휴장을 했기 때문이다. 구포시장 휴장은 문헌상 시장이 개설된 것으로 알려진 400여년 만에 처음이라 한다.

이날 시장 입구 쪽 주차장 두 곳은 텅 비어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는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23일 하루 차량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한 주차장 관리인은 “5일장이 열리면 밀양·청도·진영 등에서 많은 장꾼이 몰려오기 때문에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휴장한 거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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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수 확인된 23일 임시 휴장에 들어간 구포시장. 점포들이 모두 문을 닫아 골목에는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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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골목으로 들어서자 점포는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점포 밖 물품은 천막에 덮여 꽁꽁 묶여 있었다. 일부 가게 간판에만 불이 들어와 있어 시장골목은 컴컴하다고 느낄 만큼 어두웠다. 5일장이 열리면 골목마다 노점 등이 들어서 발 디딜 틈 없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일요일과 장날이 겹치면 하루 시장 방문객이 2만~3만명에 이른다는 시장 상인회 측 설명이 무색할 정도였다.

박용순 구포시장 상인회장은 “5일장이 열리는 일요일은 더더욱 대목인데, 오늘 하루 휴장하면서 상인들의 매출 수십억원이 날아갔다”며 “구포시장 10개 상인단체 간부들이 의논 끝에 코로나 19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휴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구포시장 상인회와 부산 북구청은 휴장한 이날 오전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장 구석구석을 소독했다. 새마을지도자 협의회는 연막소독을 했다. 심한 연막소독 때문에 시장 곳곳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렸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얘기다. 상인회 측은 화재경보기가 울릴 수 있다며 미리 소방서 측에 알려 소방서 출동을 막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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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임시 휴장하면서 텅 비어있는 부산 북구 구포시장 공영주차장.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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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든 점포가 문을 닫으면서 상인들을 만나기 어려웠다. 겨우 점포에 적힌 전화로 한 상인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22년째 식당을 상대로 생선과 어패류를 판매하고 있다는 황용화(58)씨는 “안 그래도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코로나 19 때문에 더 어렵다”며 “하루 300만~400만원 하던 매출이 요즘은 15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며 울상이었다. 그는 “구포시장은 외지에서 많은 상인이 찾기 때문에 코로나가 발생하면 더욱 안 된다”며 “소독으로 코로나 19를 예방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 아니겠냐”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 모란민속 5일장은 24일 휴장한다. 전국최대 규모의 5일장인 모란민속 5일장은 매월 4·9일마다 장이 열렸다. 평일엔 5만~6만명, 휴일은 10만명이 찾을 정도다.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4929 일원 여수공공주택지구 내 2만2575㎡에서 장이 선다.

전성배 모란민속 5일장 상인회장은 “전국에서 수만 명이 찾는데 신종 코로나가 발병하면 큰일 아니냐”며 “국가적 재난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상인들이 의견을 모아 휴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모란민속 5일장이 휴장하는 것은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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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하루 임시 휴장하고 방역소독 중인 부산 동래구 동래시장. 동래시장이 임시휴장한 것은 250년 시장 역사상 처음이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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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도심 상설시장도 휴장했다.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 동래시장은 과거 부산의 중심이던 동래에 위치한 유서 깊은 전통시장이다. 2000년대에 들어 시장을 말끔하게 정비하고, 2013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되면서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시장으로 변모했다. 350여개 점포에서 해산물을 비롯해 다양한 물품을 거래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19사태로 23일 하루 휴장하고 역시 방역소독을 했다. 임시 휴장은 250년 시장 역사상 처음이다. 부산 동래구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하자 감염 예방 차원에서 시장번영회가 임원회의를 거쳐 휴장을 결정했다. 박원청 시장번영회 회장은 “요즘 코로나 사태로 상인들이 보통 오후 8시까지 열던 가게를 오후 6시도 되기 전 문을 닫는다”고 전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하루 70만~80만원이던 매출이 코로나 19 사태가 터진 이후 10만~20만원으로 줄었다”며 울상이었다.

부산·성남=황선윤·최모란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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