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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교통사고 줄었는데‥한방병원 '나이롱 환자'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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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4곳 작년 경상환자 평균 보험금

174만3000원..전년比 11.8% 증가

전체 車보험 지급 증가율의 배 이상

사고 났다하면 한방병원으로..부당청구↑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교통사고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경미한 사고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보험금 지급액은 더 많아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 최근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장기간 입원 또는 통원 치료를 통해 과잉 진료를 받으면서 부당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일명 ‘나이롱 환자’ 사례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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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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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기간 3주 미만 환자, 10년새 41% 증가

23일 보헙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 손해보험사의 1인당 평균 보험금 지급액(대인·타차대인·무보험차 등 3개 담보 기준)은 지난해 248만6000원으로 전년 보다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중상자는 줄어들고 있다. 2018년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와 증상자는 10년 전보다 51% 감소해 절반이 줄었다. 반면, 치료 기간이 3주 미만인 경상 환자는 41% 증가했다. 전체 환자 수에는 큰 변화가 없고 경상 환자가 더 많아졌는데도 지급한 보험금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경상 환자(교통사고 상해 10~14등급)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많아진 게 결정적인 이유다. 경상 환자 1인당 평균 지급한 보험금은 지난해 174만3000원이었다.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보험 보험금 지급 증가율(4.9%)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으로 증가율이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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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정훈 기자)


보험업계에서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따른 병원·의료원의 치료 범위 확대와 수가 인상, 정비요금 등 원가 상승을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특히 최근 추나요법과 도수치료 등 일부 한방 비급여 진료 항목이 급여화 되고 보장 범위에 포함되면서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지급 보험금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손해보험협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총 진료비는 전년 대비 약 12.6% 증가한 2조2252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양방진료비는 약 0.6%(81억원) 증가에 그쳤지만, 한방진료비는 33.7%(2409억원) 급증한 9548억원으로 추정됐다. 한방진료비는 최근 4년간 매년 20~30%대로 늘고 있다. 1인당 자동차보험 통원(외래) 진료비도 2018년 기준 한방진료비(57만5000원)가 양방진료비(18만4000원)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코로나 31번 확진자처럼 한방병원 선호

한방병원이 경상 환자 사이에서 선호가 높은 이유로는 양방 진료에 비해 보험금 청구가 까다롭지 않은 점이 꼽힌다. 한방진료비에 대한 자동차보험 수가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양방과 달리 비(非)수술 치료 및 체질 개선 진료 위주이기 때문에 아프다고 주장하면 육안으로 뚜렷하게 확인할 방법이 없다. 코로나19 ‘슈퍼 전파자’로 지목되는 31번째 확진자(61·여)의 경우도 교통사고로 한방병원 입원 중에 수시로 외출했다.

실제 보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경상 환자의 진료비 중 한방 비중이 61%나 될 정도로 경상 환자의 한방 선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범퍼 투명막 손상에 그치는 아주 경미한 사고를 당한 상해등급(14급) 환자의 치료비를 5등급으로 분류한 결과 상위 20%의 치료비가 평균 152만원으로 하위 20%(3만원)의 50배나 됐다.

보험금을 받으려는 사기도 급증하고 있다.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 유발하거나 허위로 입원 또는 과도하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건 모두 ‘보험사기’로 엄연히 범죄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경미사고에 따른 자동차보험금 지급액은 최근 연간 8100억원(대물 5600억원·대인 2500억원), 경미 손상 사고로 지급된 합의금은 850억원 수준인데, 이 중에서 ‘나이롱 환자’로 인해 발생하는 보험금 누수액은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나이롱 환자로 인한 보험금 지급이 전체 보험금 증가의 절대적인 요인이라는 뜻이다.

보험사기 적발 인원 역시 지난해 상반기 4만309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으며, 적발금액은 413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허위 또는 과다 입원·진단 및 사고내용 조작 등을 포함한 ‘허위·과다사고 유형’이 가장 많은 3130억원으로 전체의 75.7%를 차지했다.

과잉 진료 등 보험사기로 보험금 지급액이 불어나면 결국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부담은 결국 선량한 일반 가입자에게 돌아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방진료비에 대한 자동차보험 수가기준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보험사가 진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자동차보험 특성을 악용하는 일부 한방의료기관의 과잉진료로 인해 한방진료비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심사지침을 마련하고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수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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