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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파트부자들] IMF로 파산한 후 2000만원을 30억으로 만든 52세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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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 집 처분해 빚 갚고 남은 돈으로 부동산 공부 시작 "집 사면 미쳤다" 침체기에 사서 회복기에 되팔기 반복 부평서 성남, 위례 등 강남 인접지로 옮기며 차익 실현 부동산 꼭짓점 도달하자 수익형 오피스텔로 갈아타기

<편집자주> 우리는 한 해에 부동산 자산이 수억원씩 불어나는 시대에 살아왔습니다. 혹자는 이 기회의 땅에서 큰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적은 이윤에 만족하거나 손해를 보면서 부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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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부자들 일곱 번째 주인공은 IMF 외환위기로 파산해 형제 집을 팔아 마련한 2000만원을 30억원으로 만든 52세 통신업계 직장인이다. 은행원이었던 그는 주식 급락으로 큰 빚을 진 후 부동산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전략은 집값이 폭락하거나 미분양이 터지는 위기의 순간, "집 사면 미쳤다"고 할 때 과감히 매수하고 회복기에 적정 이윤을 보면 재빨리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역발상이지만, 담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번 이야기의 시작은 1997년. 나라가 망한다던 IMF 사태 시절로 돌아간다.

"주식투자를 했다가 쫄딱 망해버린 거예요. 형님 큰집을 말아먹었어요. 1억5000만원인가에 팔아서 제 빚을 갚고 작은 집 두 개를 샀죠."

"그때는 뭐랄까, 돌이켜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절망적이었습니다. 주식은 회복할 길이 없을 것 같았고, 부동산으로 다시 일어서보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은행에 다닌 경험이 도움이 됐어요. 주식도 가장 쌀 때 사야 하는 것처럼, 남들과 다르게 집값이 폭락하는 시기에 다시 오를 날이 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으니까요."

그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경매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쏟아지던, 파산한 사람들의 집을 어떻게든 싸게 구해볼 요량이었던 셈이다. 첫 집은 부평에 있는 공급면적 69㎡(21평) 3000만원짜리 아파트였다.

형한테 받은 2000만원에다 대출 1000만원을 끼고 본래 5000만원가량의 매물을 1999년에 경매로 받은 집이다.

생각보다 '다시 오를 날'은 일찍 찾아왔다. 2001년 IMF 사태가 종식된 후 집값이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집은 약 3년 뒤 9000만원에 팔렸다.

"이때부터 저점에 사서 일정 시세에 도달하면 팔고, 서울과 가까운 지역으로 조금씩 옮겨가야겠다, 그런 전략을 생각했어요. 서울 집값은 더 많이 오르더라는 거예요."

이로써 2003년 그는 직장이 있는 송파구와 인접한 성남시로 터를 옮기게 된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 있는 선경아파트 69㎡(21평)를 사면서다.

"부평 집을 판 돈으로 1억1000만원짜리(선경아파트)를 샀어요. 2005년쯤 2억원까지 오른 후 다시 팔았죠. 근처에 재건축하는 아파트가 있었는데, 이건 더 오를 거 같더라고요."

그는 현 '성남래미안금광아파트'가 재건축 후 입주를 앞둔 2006년 중순경 102㎡(31평)짜리 조합원 입주권을 3억원에 매수한 후 2013년 4억5000만원가량에 팔았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후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금융위기로 집값이 크게 떨어졌다가 다시 오른 시점에 판 셈이다.

"집값이 하락할 때는 경매와 공매를 했어요. 금융위기 이후 대거 파산해서 경매로 넘어간 싼 물건들이 나오니까 1000만원 정도로 싼 빌라를 받아서 임대 놓고 팔거나 갭투자로 자금을 모았습니다."

그가 돈을 크게 번 곳은 위례다. 2기 신도시로 야심차게 개발했으나 대거 미분양 사태로 시장에서 한때 외면받던 지역이다.

심지어 2013년 5월에는 연말까지 주택을 구매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100% 감면하는 조세제한특레법(4·1 부동산 활성화 대책 후속 조치)이 시행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

"성남에서 위례로 왔으니, 강남으로 한 발자국 더 움직인 거죠. 강남 대체 신도시 입지여서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무조건 집값이 뛸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2014년 초 위례 아이파크 전용면적 115㎡ 분양권을 6억5000만원쯤에 샀어요. 서로 이걸 왜 받냐고 할 때인데, 파신 분은 지금 후회하고 있겠지요. 2018년 말에 13억원에 팔았으니까요."

집을 처분한 이유는 고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같은 단지에 전세로 들어가 살면서 수익형 오피스텔 분양으로 투자 방향을 돌렸다.

"최근에는 위례 지웰 푸르지오 오피스텔을 사서 임대를 주다 1억원 차익을 낸 후 팔았고, 미분양이 난 송파 헤븐시티 더 테라스를 매입했습니다. 주택은 지금 끝물이라고 보고, 지금 한창 투자하지 말라는 오피스텔로 옮긴 거예요."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오피스텔 투자 수익률은 7.61%로, 지난 2008년 13.74% 대비 크게 떨어진 수준을 보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하락세가 시작되면 투자 시기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오르면 호황기처럼 한없이 오른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죠. 침체일 때가 기회인 거예요."

"지금은 부동산이 죽을 때만 보고 있어요. 다시 매수할 타이밍일 테니까요. 다음에는 강남권으로 입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는 이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아내에게 줄 예쁜 커피숍과 집을 짓고서 부동산 컨설팅을 하려고 고향에 넓은 땅을 사뒀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죠. 이제 도회지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두 아이 독립시킬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재환 기자 jeje@ajunews.com

김재환 jej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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