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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팔묶인 환자 줄담배 봤다” 청도대남병원 옥외 흡연부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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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 "건물 10m 밖에서 적법하게 운영했다"

중앙일보

23일 오후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앞에 설치된 흡연부스 내부에 각종 쓰레기가 쌓여있다. 윤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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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경북 청도대남병원의 흡연 부스 논란과 관련해 병원 측이 "흡연 부스는 적법하게 운영됐다"고 밝혔다.

논란이 벌어진 것은 23일 오후 일부 매체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외부에 설치된 흡연 부스를 지목하면서다. 병원 건물 밖에 설치된 가로·세로 약 3m의 정사각형 검은색 흡연실 안에서 정신과 폐쇄 병동 환자들과 일반 환자들이 함께 담배를 피우면서 코로나 19가 퍼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확인해 본 흡연실 내부에는 의자 5개와 대형 재떨이가 마련돼 있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있을 수 있는 구조였다. 이 흡연 부스에 방문한 정신질환자가 폐쇄 병동으로 복귀하면서 신종코로나를 옮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청도대남병원 관계자는 “현행 법규상 병원 건물 10m 밖에는 흡연실을 운영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적법하게 운영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신과 병동환자들이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웠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 환자 중에서는 흡연자가 없어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며 “예전에는 청도군 보건소와 연계해 정신과 입원 환자들을 금연클리닉으로 유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23일 오후 경북 청도 청도대남병원 외부에 흡연 부스가 마련됐다. 윤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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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뒷받침하는 병원 내부 환자의 증언도 나왔다. 이 병원에 입원한 채 격리된 A씨(54)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병원 내부에서는 흡연이 철저히 금지됐고, 5층 정신과 병동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며 “3층에 있는 요양병원과 5층 정신병동 환자는 흡연을 위해 외부로 전혀 나가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 흡연 부스는 일반 병동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부분 이용했다”고 덧붙였다.

청도대남병원은 층별로 각기 다른 병동을 운영한다. 지상 1~5층에 일반병동(27실 135개 병상)과 요양병동(54실 230병상), 정신과 병동(17실 120병상)이 있었다. 1층 외래, 2층 일반병동, 3층 요양병원, 5층 정신과 병동으로 이뤄졌다. 정신질환자를 격리한 폐쇄 병동(15실 108병상)도 5층에 있다.

반면 정신과 환자들이 흡연을 위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당뇨 치료를 위해 병원을 자주 찾는다는 B씨(60)는 “정신질환자로 보이는 환자가 두 팔이 묶인 채 휠체어를 타고 5층에서 흡연 부스로 내려오는 걸 본 적이 있다”며 “병동 내에서 흡연이 금지되다보니 요양사의 도움을 받아 (흡연 부스에서) 줄담배를 피우고 올라가는 경우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청도대남병원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 확진자는 총 111명이다. 이 중 5층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 101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신종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신병동 직원 9명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반면 일반 병동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2명뿐이다. 외부와 단절된 폐쇄 병동 특성상 감염병이 빠르게 퍼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도=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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