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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美, 한국 여행경보 상향 … 이스라엘선 한국인 입국금지 [코로나19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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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항공편 축소 등 경계 강화 / 강 외교, WHO와 대응 방안 논의 / 바레인 등은 韓방문객 입국 금지 / 태국항공사, 한국행 비행편 축소 / 외신, ‘신천지 통한 감염확산’ 보도 / CNN “韓, 코로나 발병 최악 나라” / 웨이보 “韓서 오는 사람 주의해야”

세계일보

이스라엘로 가는 중에 입국 금지를 당한 한국인 승객들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근 눈에 띄게 급증하면서 세계 각국이 한국에 대한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여행 경보 상향 조정과 입국 금지, 항공편 축소 등이 이어졌고 외신들도 앞다퉈 국내 확산세를 보도하고 나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코로나19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미국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travel advisory)를 2단계로 격상했다. 국무부는 “코로나19는 중국 본토 여행이나 긴밀한 접촉과 연관된 사례가 많았지만 한국에서는 지속적인 지역사회 확산이 보고됐다”고 조처 배경을 설명했다. 국무부는 이날 일본에 대해서도 2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국무부 여행경보는 단계별로 나뉜다. 1단계는 ‘일반적인 사전 주의 실시’를, 2단계는 ‘강화된 주의 실시’ 단계를 의미한다. 3단계는 ‘여행 재고’, 4단계는 ‘여행 금지’에 해당한다. 미국은 이미 중국에 대해 여행금지인 4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한국과 일본에 대한 여행 공지(travel health notice)를 ‘경계’(alert) 수준인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이날 “(미국이) 한국, 일본으로의 여행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 국민의 미국 입국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강경화 장관은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 43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코로나19 확산 대응 및 한-WHO 협력 강화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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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추세에 따라 한국 여행 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는 사실이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에 게시돼 있다. 주한 미 대사관 트위터 캡처


◆대만, 韓 ‘2단계 여행경보’… 베트남 ‘한국 내 발병지 방문 자제’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우리 정부의 총력 대응을 평가하면서 “한국이 견고하고 우수한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고, 메르스(MERS) 등에 대한 대처 경험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사태도 잘 극복해나갈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만도 한국, 일본 여행경보를 2단계인 ‘경계지역’으로 격상했다.

이스라엘은 성지순례에 나섰던 한국인이 무더기 감염된 사실이 알려진 뒤 한국인 입국을 금지한다고 22일 발표했다.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쯤 이스라엘에 도착한 한국인 130여명이 입국금지를 당했고, 약 2시간 만에 같은 항공기 편으로 한국에 되돌아갔다. 이들은 24시간가량을 비행기 안에서만 보낸 뒤 23일 오후 2시40분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들어섰다.

외교부는 이스라엘의 조치가 사전 예고 없이 이뤄져 이미 출발한 한국 여행객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외교부는 이날 기준 바레인, 키리바시,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입국금지는 아니지만, 자가격리나 입국절차 강화 조처를 한 국가는 브루나이, 영국,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브라질, 오만, 에티오피아, 우간다 8개국이다.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은 한국 내 코로나19 발생 지역 방문 자제를 권고했다.

태국 항공사들은 한국행 항공편 축소에 나섰다. 저비용항공사 타이 에어아시아엑스는 하루 3회, 주21회 운항하던 한국행 비행편을 다음달 6∼26일 하루 2회, 주 14회로 축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영 타이항공도 코로나19로 인한 여행객 감소를 이유로 한국 등 8개국을 운항하는 일부 항공편을 오는 26일부터 다음달까지 대부분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한 확진·사망자 급증,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 집단감염 등에 보도 초점을 맞춰왔던 외신들도 지난 주말을 거치며 신천지교회를 통한 한국 내 지역감염 확산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전했고, 미 공영라디오 NPR는 22일 관련 속보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한국에서 세 배 급증했다’는 헤드라인을 앞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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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여행사 창구가 한산하다. 연합뉴스


CNN은 ‘논란의 종교 집단이 한국 코로나 발생의 중심에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신천지 신도들이 장시간 가까이 붙어 앉아 예배하는 방식, 대구 지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한 점을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힌 신천지 측 입장 등을 자세히 전했다. 한국을 “코로나19 발병 실태가 최악인 나라 중 하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세에 또 다른 아시아 국가가 통제력을 잃으면서 세계적인 유행상태를 피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발원지인 중국에서도 한국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23일 인민일보와 중국중앙방송(CCTV) 등 여러 중국 매체는 한국의 누적 확진자가 600명을 돌파한 사실과 한국이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는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이날 오후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서는 인기검색순위 5위에 ‘한국’이, 8위에 ‘한국이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로 격상한다’는 내용이 올랐다. SNS 이용자들 사이에선 “중국은 끝나가는데 한국은 끝장날 듯”, “한국에서 돌아오는 이들이 중국에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등 반응이 나왔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정지혜·백소용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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