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경제 대들보 반도체·자동차, 코로나19 직격탄에 ‘비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확진자 급증하며 충격 빠르게 확산 / 대구·경북에 자동차 부품업체 밀집 / 현대차, 공급 부족 걱정해야 할 판 / 울산도 확진자 나와 엎친 데 덮친 격 / 감염자 발견된 삼성전자 구미공장 / 지역출장 연기·셔틀버스 운행 중단 / 中 수요 줄며 반도체 수출 타격 불가피 / 다중시설 이용 기피… 유통업체도 휘청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가 심각한 수준이 되면서 산업계 전반에도 비상이 걸렸다. 애초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한정됐던 여파가 지역감염을 계기로 국내 기반 대·중소기업까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생산 차질과 매출 감소, 사업장 폐쇄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한 선제 조치에 나서는 한편, 언제 발생할지 모를 긴급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자동차 업계는 중국산 부품조달이 끊기며 생산에 차질을 겪은 데 이어 이제는 국내 확산에 따른 파장까지 우려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춘제가 끝난 후에도 와이어링 하니스 등 중국산 부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휴업을 연장했다. 현대·기아차는 점차 사정이 나아져 다음주 전주공장 버스 생산라인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에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집중돼 있어 국내 부품 공급망 타격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간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꼽혀온 울산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이곳에 대규모 사업장을 보유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에쓰오일, SK에너지 등 여러 대기업이 긴장하고 있다. 우선 현대차는 모든 공장 출입문에 열화상 카메라를 배치해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출퇴근 시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방문객을 전면 통제하고, 사업장 내 방역 확대에 나섰다.

구미에서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직원이 지난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전 사업장이 24일 오후까지 일시 폐쇄됐다. 이곳은 삼성전자가 국내 공급용 폴더블폰(갤럭시 폴드, 갤럭시Z플립)을 주로 생산하는 곳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산라인 폐쇄가 주말 포함 일시적이라 영향이 크지 않고, 다음 주중에 추가 조업을 진행해 주요 고객에 대한 공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구미와 경기 수원 사업장을 잇는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하고 대구·경북 지역 출장을 연기하거나 화상회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함께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LG전자도 대구·경북지역 출장 자제를 권고했다.

수출 비중이 큰 전자·석유화학 업계는 중국의 수요가 꺾이면서 매출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메모리 반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스마트용 반도체 수요 둔화를 걱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50만대로 전년 동기(1억790만대)보다 7% 줄었다. 직전 달(1억1900만대)과 비교하면 16% 감소한 수치다.

유통업계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인파가 몰리는 다중이용시설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점포 다수가 ‘매장 폐쇄’라는 초강력 대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19일 이후 현재까지 임시휴업에 들어간 대형 유통점포는 15개에 달한다. 매출 손실이 가장 큰 곳은 면세점과 백화점이다. 서울 시내 면세점의 하루 매출이 150억∼2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롯데·신라 등 면세점 4곳이 2∼3일간 임시휴업에 들어가면서 1000억원대 안팎의 매출 손실을 냈다. 방역을 위해 국내 백화점 전체가 휴업에 들어간 지난 10일 하루에도 1000억원대 매출이 사라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전체 휴무 외에도 대형마트, 호텔, 홈쇼핑 등의 임시휴업 조치를 포함하면 유통업계 전체에서 3000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박세준 기자,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