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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배철현의 월요묵상] 코로나19 확산…당신은 건강을 챙기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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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뉴스1


(서울=뉴스1) 배철현 고전문헌학자 = 하루는 한 달이고 일 년이다. 시간의 흐름은 계곡물처럼 급하고 정신이 없다. 지나간 시간들은 그 길이에 상관없이 언제나 순간(瞬間)이다.

2020년 2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오늘 아침 일찍 방 가운데 우두커니 앉아 먼 산을 한참 바라봤다. 요즘은 마음이 편치 않아 집중할 수 없다.

두 달째 우리의 일상을 인질로 잡은 전염병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문의사들이나 정부관계자들의 판단과 처리를 넘어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이 전염병은 혁명, 전쟁 혹은 경제공황보다 우리의 삶에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 전염병은 우리가 감내해야 할 어떤 거대한 역사변화의 서막이다.

전염병은, 인류역사를 통해, 종교, 문학, 예술, 식민지 개척, 현대의학의 출현, 공공의료 전략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전염병은 암, 심장병, 당료, 천식, 비만과 같은 인류와 함께 존속했던 만성질병들과 다르다. 인류는 이번 병들을 치료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전염병은 이 만성질병과는 달리, 무한한 공포와 근심을 안겨다준다. 그 전염병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전염병은 인간이 편리를 위해 만들어 놓은 도시문명의 이기인 교통망을 통해, 한곳에 정착하기 않고 전 세계로 순식간에 전파된다.

만일 누가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 매독, 콜레라, 혹은 심장질환 같은 병에 걸렸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다. 이런 병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질병이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은 다르다. 전염병은 그 환자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친지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병을 감염시킨다.

인류는 언제나 전염병을 통해 사회적인 분열을 조장했다. 남 탓하기, 편 가르기, 희생집단 만들기, 집단 히스테리, 사교집단의 종말론 등이 등장한다.

전염병은 과거에도 그랬고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인류의 가장 큰 고통과 죽음의 원인이다. 우리가 최근 경험한 메르스, 사스, 조류인플루엔자, 돼지독감, 그리고 코로나19까지, 인류는 언제나 수세적인 입장이다.

인류는 바이러스가 스스로 잠잠해지기를 기대하는 겁쟁이로 둔갑한다. 우리는 불안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신체적인 건강이 정신적인 건강을 위한 필수라고 말한다. 그 정신을 이어받은 로마 풍자시인 유베날리스도 'Mens sana in corpore sano'라는 유명한 라틴어 문구를 남겼다.

이 문장을 번역하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이다. 신체의 건강이 정신적인 건강의 기반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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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부산 기장군 장안읍 불광산(659m)에서 오색딱따구리가 새 나무에 구멍을 내기 위해 나무를 쪼고 있다. 2018.1.2/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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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스스로 건강(健康)을 챙기는 일이다. 나는 불안을 떨치기 위해, 여느 때처럼 집근처 야산으로 산책을 나갔다.

건강을 위한 운동만이 불안을 떨쳐내고 삶에 안정을 되찾게 만드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내가 정의하는 '건강'은, 남이 보기에 부러운 울퉁불퉁한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건강이란 하루에 일정한 시간을 투자하여 얻는 자신감이며, 그렇게 만든 내 몸과 정신에 대한 만족이다. 나에게 아침 걷기와 달리기는 하루라는 소중한 시간을 선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오늘 아침 산책 길, 자유를 만끽하며 야산 중턱에 앉았다. 북한강 지류는 입춘을 준비하고 있다. 수많은 새끼 오리들이 유유자적하며 물고기 잡는 연습과 날갯짓을 연습하고 있다.

나는 커다란 홍송(紅松) 밑에 자리를 잡았다. 소택지에 늘어선 억새풀들은 봄바람에 춤을 춘다. 눈을 감자, 안 들리던 소리들이 들린다.

수많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강 바람소리, 억새풀이 흩날리는 소리, 건너편 산에서 고라니가 부산하게 부스럭 거리는 소리, 강가에서 오리와 고니가 헤엄치는 소리가 들인다. 눈을 감아야 들리는 것들이다.

자연은 조용히, 나에게 이전에 듣지 못했던 여러 새들의 목소리를 불협화음으로 들려줬다. 그 가운데, 이 모든 소리들을 압도하는 소리가 강 건너 산에서 울려 퍼져 온다.

마치 누가 함지박을 두드리는 소리와 같다. '두루루루루룩…두루루루루룩.' 누가 저 멀리서 드럼을 치고 있다. 그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강과 산 전체에 울려 퍼진다.

그 소리는 더 멀리 있는 산에 도착해 다시 메아리로 돌아온다. 오색딱따구리가 나무를 연달아 쪼는 둔탁한 소리다.

딱따구리는 새들의 합창가운데 독보적인 솔리스트다.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나무껍질을 쪼아내고 있다.

딱따구리는 부리를 이용해 나무를 두드려 자신이 거주한 집을 만들고 있다. 비나 눈이 들이치지 않게 커라단 나뭇가지 밑이나 경사진 나무에 구멍을 낸다.

먼저 부리로 나무껍질을 연달아 쪼아 걷어낸다. 자신의 몸이 겨우 들어갈 수 있도록 6㎝ 정도 구멍을 판다. 그런 후, 구멍 안으로 목을 집어넣은 후에 직각으로 20~30㎝까지 파 들어간다.

딱따구리는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몸을 가졌다. 가냘프지만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무를 찍고 직각으로 매달려 있다.

겨울바람으로 더할 나위 없이 단단해 진 나무를 자신의 부리로 쪼아낸다. 딱따구리는 나무를 한 번 가격해서는 떼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 같다.

딱다구리는 같은 곳을 향해, 부리를 적어도 7번 이상 두드린다. '두루루루루룩!' 부리를 너무 심하게 나무에 박아 머리가 아픈지, 잠시 쉰다. 그러나 이내 '두루루루루룩!' 보금자리 공사를 시작한다.

딱따구리는 누구의 명령을 받은 적도 없고 누구와 경쟁하지도 않는다. 그저 앞으로 낳을 알들과 그것으로부터 부하할 새끼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무를 파고 있다.

보이지 않아 대결할 수 없는 '코로나19'를 이길 힘은 예방수칙에 따라 행동하고, 당분간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수밖에 없다. 당신은 건강을 챙기십니까?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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