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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우디 ‘메카 소녀’를 노래한 여성 래퍼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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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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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최대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한 카페에서 랩을 부르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한 여성을 둘러싼 논란이 사우디 내에서 번지고 있다. 당국이 “관습과 전통을 해친다”며 이 래퍼에 대한 체포에 나서면서 여성 인권침해 비판이 나왔다. 또 이 래퍼가 아프리카계란 이유로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인종차별 논란도 불거졌다.

23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바와바 등에 따르면 사우디 메카주 당국은 지난 20일 메카 출신 여성 래퍼 아야셀 슬레이가 유튜브에 올린 ‘메카의 소녀’란 랩 뮤직비디오가 “성스러운 도시의 관습과 전통을 해친다”며 슬레이와 영상 제작진에 대해 체포명령을 내렸다. 슬레이의 유튜브 계정은 삭제됐지만, 뮤직비디오는 다른 계정을 통해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다. 처음 올린 영상은 조회수 160만건을 넘었다.

슬레이의 랩과 영상에는 특별히 문제될 내용이 없다. 슬레이는 영상에서 “메카의 소녀들은 강하고 아름답다”며 메카 출신의 자부심을 노래한다. 외설이나 모욕, 노출, 흡연 등 문제시할 만한 장면이 없고, 심지어 슬레이는 히잡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당국은 ‘메카’에서 랩을 했다는 행위 자체를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보니 “여성 인권을 침해한,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국이 슬레이를 체포한 것은 위선이며 이중잣대라는 비판도 나왔다. 2018년 6월 리사 A라는 이름의 래퍼가 사우디 당국의 여성 운전 허용 조치를 축하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당시 이 영상 역시 널리 확산됐지만, 제재 없이 호평을 받았다. 사우디에선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사회·경제 개혁을 추진하면서 여성들의 권리도 향상됐지만 여성 인권운동가들의 체포·구금도 계속됐다.

인종차별 논란도 커졌다. 슬레이가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너는 메카의 소녀가 아니다’(#You_Are_Not_Mecca‘s_Girls)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으며,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 아프리카 여성이 금고형의 처벌을 받은 후엔 그의 나라로 추방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또다른 이용자는 “메카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모든 외국인들에게는 즉각적인 추방이 정답이다”라고 쓰기도 했다. 반면 또 다른 사용자는 “추방되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당신의 인종차별주의, 오만”이라고 했다. 트위터 이용자 누프 알 카타니는 “메카는 성스러운 곳이고 지위를 존중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가수는 젊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당신의 논평이 인종 차별주의적인 수준으로 떨어지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 인종차별은 사회의 병이다”라고 썼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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