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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아이 맡길 곳 없어요" … 사상 초유 '개학연기'에 보육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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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학부모들 "긴급돌봄 마치면 학원 보낼 수밖에 … 낯선 아이돌보미도 꺼려져"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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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용인 상현동에 사는 학부모 이모 씨는 23일 늦은 밤,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이날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며 등원 여부를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유치원에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으면 보내도 된다고 했지만, 아이 친구들은 등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며 "내일 아침 유치원엔 내 아이만 덩그러니 혼자 있게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 개학이 일제히 연기되면서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엔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당장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맡길 곳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이모 씨는 "다행히 학교에 돌봄교실이 운영되고 있어 아이가 점심은 챙겨 먹지만 그마저도 오후 4시면 끝나는지라 태권도나 피아노 학원까지 순회해야 엄마 퇴근시간에 얼추 맞출 수 있다"며 "정부에선 학원 등원을 자제하라 하지만 이런 시국에 오히려 학원마저 문닫을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간호사 강모 씨는 "코로나19 여파로 병원은 정신 없이 바쁜데, 정작 내 아이는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뺑뺑이 돌려야 하는 처지"라고 한탄했다.


조부모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는 처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아이돌보미를 구해야 하는데, 이 방법도 꺼림직하긴 마찬가지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성모 씨는 "지난해 봄방학 때는 남편과 번갈아 휴가를 쓰고 아이를 돌봤는데 올해는 개학마저 연기되니 아이돌보미를 구해야 한다"며 "하지만 감염병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생판 모르는 누군가를 집에 들이는 것도 꺼림찍하고, 대학생 시터 역시 유학생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 선뜩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울상을 지었다.


또다른 학부모 이모 씨는 "함께 살며 아이를 돌봐주시는 어머님이 어제 성당에 다녀오셨다기에 당분간 자제해달라고 했다가 오히려 핀잔을 들었다"며 "그나마 양육자가 있어서 다행인건지, 고부갈등이 더해져 불행한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교육 현장에선 부모가 휴가를 내고 아이를 직접 돌보는 가정보육이나 개별 돌봄서비스 등이 우선돼야 하는데도 정부가 학교 돌봄교실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학교 돌봄전담사들이 속한 학교비정규직노조는 "맞벌이 부모 등의 수요에 따라 아이들을 맡고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몇 십명의 아이들을 한곳에 모아 돌보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며 "안전 지침이라고는 손소독하기, 마스크 사용하기, 기침 예절 등 매우 초보적인 것만 내려진 상황에서 아이들도, 돌봄전담사도 바이러스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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