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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코로나 동병상련’ 한국ㆍ이탈리아ㆍ이란...중국 의존도 높아 전면적 입국금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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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국 내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 추세로 인해 한국만큼이나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국가들이 있다.

중앙일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이스라엘행 항공기에 탑승한 뒤 입국을 금지 당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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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유럽의 이탈리아와 중동의 이란이다. 이탈리아는 유럽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고, 이란은 사망자 숫자가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많다. 한국은 24일 오후 기준 확진자 수 833명으로 일본 크루즈선(691명)을 뛰어넘어 중국(7만7150명) 다음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세 나라는 중국과 정치적으로 밀접하거나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만큼 초기 방역과정에서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기가 어려워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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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는 이탈리아에서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걷는 시민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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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제외한 나라들 가운데서는 이탈리아의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탈리아는 21일(현지시간) 하루에만 16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와 기존 3명에서 19명으로 훌쩍 뛰더니 23일(현지시간) 확진자 수가 156명(사망자 4명)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마에 체류하던 60대 중국인 관광객 2명이 첫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동시에 유럽국가 가운데선 처음으로 오는 4월까지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을 오가는 직항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른 유럽국가를 경유해 육로나 항로로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막지 않았다. 이탈리아에 미칠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하는 상황이어서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 당시 주요 7개국(G7)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ㆍ해상 실크로드)에 동참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양국 수교 50주년인 올해를 중국-이탈리아 문화·관광의 해로 선정하고 자국민에게 미국 대신 이탈리아 여행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나설 방침이었다. 이탈리아의 관광산업은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의 주요 수입원이다. 이탈리아가 전면적인 중국인 관광객 입국 조치에 나설 수 없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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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버스에 탄 이란 테헤란 시민. [AP=연합뉴스]



이란은 전체 확진자 대비 사망자(18.6%)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처음으로 2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던 이란은 23일(현지시간) 사망자가 총 8명으로 늘었고, 확진자 수는 43명이 됐다. AP통신이 2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를 인용해 이란의 도시 곰에서만 코로나19로 인해 5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지만 이란 정부는 즉각 부인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란은 자국에서 확진자가 나오기도 전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중국발 또는 중국행 항공편을 당분간 모두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이란 내 첫 사망자는 당국이 중국행 직항 노선을 중단하자 경유편을 통해 최근 수 주간 중국을 정기적으로 오간 사람에게서 나왔다.

이란 보건 당국은 23일(현지시간) “역학조사 결과 19일 곰에서 처음 사망한 환자가 무역업에 종사하는 데 중국에 출장 다녀온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중단한다는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인적·물적 교류를 막을 수는 없었던 셈이다.

이란은 그동안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전통적 우방인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지난 2015년 이란 핵합의로 이란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중국산 물품이 상당수 들어갔다고 한다. 이란은 지난해 7월부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3주간 체류할 수 있는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란 내 사망자 숫자가 급증하고 있는 데에는 오랜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해 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물품 수입이 어려워진 탓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한국에 중국은 제1위 교역 대상국이다. 인구 1억명을 보유한 광둥(廣東) 성만 해도 한국과 웬만한 국가와의 교역 규모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중국과의 외교·통상 마찰이 일 것을 우려해 정부가 중국에 대한 전면적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 지난 4일부터 중국 후베이 성에서 온 사람의 입국을 금지하되, 중국의 다른 지역과 홍콩, 마카오에서 온 사람들은 강화된 검역을 받도록 특별입국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입국 금지 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76만1000여 명이 참여했지만, 정부는 중국인 입국자 수가 크게 떨어지고 있어 현재 수준 유지가 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위문희 기자 moobn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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