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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줌인] 伊 우한코로나 확진자 급증은 中 일대일로 참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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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사이 두 배 증가하면서 최근들어 부쩍 긴밀해진 중국과 이탈리아의 협력관계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조선일보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이 작년 3월 23일(현지 시각) 로마의 퀴리날레 대통령궁에서 기마병 호위를 받으며 레드카펫 위를 걷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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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중국의 팽창에 대한 다른 서방 국가들의 우려에도 지난해 3월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당시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양국간 문화·인적 교류 확대를 위한 행사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를 결정한 것은 중국과의 무역·투자를 통해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였다. 이탈리아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유럽연합(EU) 꼴찌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장기 침체에 빠져 있다.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30% 이상으로, 유럽에서는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이와 관련해 루카 페라리 주중 이탈리아 대사는 지난달 중국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이탈리아는 2018년부터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럽 관광지 중 하나"라며 "지난해 중국인에 대한 비자발급이 20% 늘었고, 중국인 관광객이 30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탈리아를 찾는 중국 관광객을 위한 비자발급 사무소 네트워크도 정비했다면서 양국 항공당국 간에 중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는 항공편을 주당 56대에서 164대로 (약 3배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올해 이탈리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400만명을 넘길 거라 믿는다"고 말을 이었다.

이탈리아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최초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를 선언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중국은 이탈리아에 ‘중국 관광객’이라는 선물을 안기기로 했다. 앞서 중국 문화여유부와 주중 이탈리아대사관은 양국 수교 50주년인 올해를 '중국-이탈리아 문화·관광의 해'로 정하고 다양한 문화·관광 교류행사를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양국은 '중국-이탈리아 문화관광의 해' 행사와 양국 음악가·지휘자의 합동 공연, 양국 대표 박물관의 교류 전시 등을 계획했지만, 우한 코로나 확산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달 말 이탈리아가 EU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과의 직항노선 운항을 중단하자 싱가포르 유력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중국과 가까워지려던 이탈리아의 바람이 코로나19에 따른 운항 중단으로 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로마에 체류하던 60대 중국인 관광객 2명이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대만을 오가는 직항 항공편 운항을 오는 4월 말까지 전면 중단 했다. 이에 중국은 여러 경로로 항의했으나 이탈리아는 운항 중단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달 기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배경으로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계 곳곳에 항만과 철도를 건설하면서, 주요국과 중국을 잇는 교통망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중국 정부가 우한 폐렴 발발을 인정하고 도시를 폐쇄하기 전까지 약 2주 간 1100만 도시에서 500만 시민들이 전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던 것도 교통망 발달에 힘입은 바가 크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대외무역 및 외교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일대일로을 통해 아시아 주요국부터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전세계 70개국과 관계를 맺고 있다. 사스가 창궐 했던 2003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중국은 향후 10년 간 매년 수천억달러를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투입해 각국에 고속도로, 철도, 항만 등을 지을 계획이다.

이탈리아에서 우한 코로나는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다. 확진자 수로 발원지인 중국과 한국에 이어 세번째다.

이탈리아 영문매체 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3일(현지 시각) 밤 현재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소 152명(사망자 3명 포함)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보고된 76명에서 두배 증가한 것이다.

[이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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