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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ET단상]빈곤층 지원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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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근로 빈곤층의 자산 형성을 돕는 사업은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됐다. 마이클 셰러든 미국 워싱턴대 교수가 빈곤층이 자산 형성에 성공하면 다음 세대의 삶 수준이 높아져 빈곤 극복의 중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안, 세계로 퍼졌다.

셰러든 교수는 저소득층 빈곤 탈출을 저해하는 요인이 자산의 차이임을 밝히고 저소득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제도 개인발달계좌(IDA)를 만들었다. 자산형성 지원제도를 통해 저소득층이 사회 위험에 대비해 저축하도록 지원하고, 정부와 기업·시민 사회가 저축금액의 일부를 지원해 지속된 저축을 유인, 탈빈곤을 촉진하려 했다.

IDA는 미국의 연방법과 40개 이상 주에서 채택됐으며, 영국·대만·캐나다 등 타국의 정책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소득계층 하위 20% 미만 빈곤층의 자산 형성에 집중, 전 국민의 주택 보유율을 높이는 등 IDA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싱가포르는 하위 20% 계층이 평균 7만달러의 자산을 갖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도 IDA에 참여한 빈곤층이 저축을 하면서 미래 설계를 하기 시작했으며, 노동시장에 꾸준히 참여해 돈을 벌었고, 그 결과 투표율도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와 서울복지재단 희망플러스통장, 정부의 희망키움통장, 디딤씨앗통장(아동발달지원계좌) 등이 자산 형성 지원 대표 프로그램이다. 민간 기업 가운데에서는 LG유플러스가 유일하게 '두드림 U+ 요술통장'이라는 명칭으로 10년차 사업을 진행했다.

우리나라의 자산 형성 지원 프로그램은 집을 구매할 정도로 거대하진 않지만 미래 자산을 형성하는 기반 제공 형태의 한국형으로 진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두드림 U+ 요술통장은 장애가정이 매달 2만원을 꾸준히 저축하면 LG유플러스 임직원이 2만원, 회사가 6만원을 매칭하는 방식이다. 5년(60개월) 후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입학금을 비롯해 사회 진출 장학금으로 평균 630만원의 목돈을 마련하는 자산 형성 사업이다. 지난 10년 동안 참여한 370명의 장애가정 청소년 가운데 졸업생 190명을 배출, 129명이 대학을 진학하고 43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자산 형성 지원뿐만 아니라 1대1 컨설팅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청소년기부터 자산을 형성해 안정된 사회 진출 계기를 마련하도록 지원한 대표 사례로 꼽을 만하다.

'발전 도구로서의 자산' 이론에 따르면 자산은 안정된 경제 환경 제공, 경제 확충 기회 창출 및 미래를 위한 투자, 심리 안정감과 미래 지향성 등 심리 효과를 끌어내는 한편 구성원의 사회 관계를 개선시켜 사회 자본 축적에 기여하고 정치 참여를 권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정부의 장애수당 등 소득 보전에 기초한 복지정책은 장애가정의 빈곤 문제 해결과 가난의 대물림을 끊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요술통장과 같은 자산 형성 프로그램은 기존 현금 지급 형태의 복지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저축이나 투자 촉진형 복지정책 도입의 일환이다. 빈곤층 지원과 자립 사업에서도 요술통장과 같은 혁신 아이디어로 실질 성과를 확대해 나가는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이종호 서울밝은세상안과 대표 원장 dr2y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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