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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범여권서 '총선 연기론' 솔솔… 전문가 "후폭풍 만만찮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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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이어 유성엽 "총선 연기 검토해야"⋯ 柳 "文대통령·여야 대표 회담하자"
선거법상 대통령이 결정⋯ 결정 여하에 따라 정치적 파장 일 듯
통합당 "6·25 때도 피란지서 대선 치러⋯ 총선 연기 얘기할 때 아냐"
與이인영 "검토 안해"

대안신당 유성엽 통합추진위원장이 24일 우한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이번 주 사태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총선 연기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방문도 굉장히 꺼리기 때문에, 선거운동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선일보

대안신당 유성엽(왼쪽) 통합추진위원장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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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위원장은 "확산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라도 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중국인에 대한 전면적 입국 금지와 추가경정예산(추경) 즉각 실시, 정쟁 중단 및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대표회담 추진을 정부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모여 총선 연기 문제를 논의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앞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도 공개적으로 총선 연기를 주장했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인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하고, 총선 연기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 위기 경보를 최고수준인 ‘심각’ 단계로 높이면서 정치권에서 51일 앞으로 다가온 4월 총선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196조에 따르면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는 대선과 총선을 대통령이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거를 연기할 경우 대통령이나 선거관리위원장은 연기 사유를 공고해야 한다. 대통령 판단으로 선거 연기가 가능한 것이다. 우한 코로나 사태를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본다면, 사태 추이에 따라 대통령이 연기를 결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우한 코로나 사태 같은 전염병 사태가 선거를 실시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는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총선을 연기한 전례가 없는데다, 어느 정도의 전염병 사태를 선거 연기 사유로 삼을지 등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염자가 정부의 방역 능력 등 통제력을 벗어날 정도로 창궐할 경우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역시 판단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 수 밖에 없다. 또 대통령이 선거 연기를 결정할 경우 반대 정파의 극렬한 반발 가능성도 있다. 실질적으로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선거 연기를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6·25전쟁 당시(1952년)에도 부산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며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정치권에서 먼저 총선 연기 이야기는 할 때가 아닌 거 같다"고 했다. 헌정 사상 대선과 총선을 연기한 전례는 없다. 전국 단위는 아니지만,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10·28 재보궐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졌다. 선거 일정과 관련 사무 전반을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총선 연기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연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건 선거법상 대통령이기 때문에 선관위 차원에서 입장을 표명하거나 선제적으로 준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연기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연기를 결정하기는 어려워, 사태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염병 사태에 따라 대통령이 총선 연기를 결정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4월 총선을 연기했을 때에는 선거운동 기간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임기 등이 연관돼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장 교수는 "대통령이 총선을 언제, 어떻게 연기를 할 것인가에 따라 다양한 정치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를 테면 감염병을 이유로 문 대통령이 총선을 5~6월 이후로 연기했는데, 이 시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을 한다면,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방한에 맞춰서 총선을 연기했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며 "그 정치적 후폭풍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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