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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코로나 '슈퍼전파자' 처벌 가능할까… 법조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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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의 한 신천지 교회에서 방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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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째 환자의 강력한 처벌을 원합니다."

지난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코로나 ○○번째 무모한 행동 강력처벌 원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틀 만인 24일 오후 4시 현재 5만6415명이 동의했다. 이른바 '수퍼 전파자' 역할을 한 31번 환자를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글이다.

31번 환자는 영남 지역 첫 확진자다. 지난 7일부터 교통사고로 한방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결혼식에 참석하는 등 영남 지역에서 우한 코로나가 확산하는 데 결정적 인물로 꼽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대로 31번 환자를 처벌할 수 있을까. 법조계에서는 "현행법으로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우한 코로나의 지역 사회 확산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묻는 것과는 별개로 형사처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42조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은 감염병 환자 등이 있다고 인정되는 시설 등에 필요한 조사나 진찰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진찰 결과 감염병 환자 등으로 인정될 때에는 치료받게 하거나 입원시킬 수 있다는 규정도 있다. '감염병' 환자에는 의심환자도 포함된다. 환자가 이를 무시하고 강제 처분에 따르지 않거나 입원 치료를 거부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처벌을 위해서는 '인과관계'가 증명돼야 한다. 단순히 증상의 발현이 아니라 역학조사상의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1번 환자의 경우 증상은 있지만,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고, 감염병 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당시에는 의심환자로 볼 수 없었고 따라서 강제처분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같은법에는 '누구든지 감염병에 관해 감염 여부 확인에 필요한 사실에 관해 거짓 진술,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은폐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있다. 어길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31번 환자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당 조항은 정확한 감염 여부 확인을 위해 의료인에게 사실대로 협력하라는 규정이지, '검사 거부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도 없다.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는 퍼트릴 경우 '전파매개행위'로 보고 에이즈예방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처벌된다. 하지만 우한 코로나 등 감염병을 다루는 감염병예방법에는 전파매개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은 없다.

일각에서는 우한 코로나 등 감염병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행위를 상해죄로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질병을 옮긴 경우도 상해 행위라고 볼 수 있어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결국 핵심은 고의"라며 "감염병에 걸렸다는 인식이나 타인에게 퍼트리려는 고의가 없었다면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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