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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코로나사태 틈타…트럼프 "美기업, 中서 돌아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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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4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의 고향이자 마하트마 간디의 정치적 고향인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에 있는 간디박물관을 찾아 간디가 평소 사용하던 물레를 바라보고 있다.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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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를 명분으로 대중 압박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비중이 상당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미국 기업이 이에 벗어나 본국으로 생산시설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전염병 확산 사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압박이 국제 분업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2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미국이 공급망을 너무 많이 '오프쇼어링(기업이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하는 것)'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급망이 중국에 대다수 분포해 있고 일부는 인도와 유럽에 있다"며 "공급망을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기업이 인건비 절감 등을 목적으로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긴 결과 위기가 발생했을 때 원료 조달에 차질이 생기는 등 공급망이 불안정해졌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국 기업이 본국으로 생산시설을 가져와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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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로 국장은 "중국이 바이러스 차단율이 높은 N95 마스크 수출에 제한을 두고 있다"며 "공급망을 안전하게 확보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사람들은 이런 위기 때에 동맹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며 "2009년 돼지 인플루엔자가 발병했을 때 호주, 영국, 캐나다 등 가장 좋은 친구들조차 우리가 필요로 한 것을 거부했다"고도 말했다.

나바로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내 대표적인 대중 매파로 꼽힌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일 때 중국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인물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볼 때 나바로 국장이 이날 '미국 기업의 본국 회귀'를 강조한 것은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를 명분으로 미국 기업의 '탈(脫)중국'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미국이 자국 내 150개 처방 의약품 부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중국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원료의 거대한 공급국"이라며 "코로나19가 중국의 (이들 원료) 생산능력을 떨어뜨린다면 미국인들이 곤경에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에 차질이 있다는 소식이 계속된다면 나바로 국장의 주장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내리면서 해외로 나간 미국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와 생산활동에 나설 것을 촉구해왔다.

한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미·중 2단계 무역협상이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CNBC와 인터뷰하면서 "중국으로선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2단계(무역합의)를 위한 접근이 분명히 조금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이 지난달 15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한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돼 2단계 무역협상을 위한 논의가 지연될 것이라는 얘기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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