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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확진·사망 늘수록 韓증시 뚝뚝…하루새 시가총액 64조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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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공포 / 코로나發 '블랙 먼데이' ◆

매일경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코스피가 4% 가까이 급락해 2100선 아래로 떨어진 24일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마스크를 낀 채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3.80포인트(3.87%) 하락한 2079.04로 마감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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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한국 주식시장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2월 초만 해도 사그라드는 듯했던 코로나19의 위세가 지난주 후반부터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다. 지난 21일 100명대였던 확진자는 주말을 지나면서 600명대로 확대됐고 24일 현재 800명을 넘어섰다. 기업 사업장 등이 일부 폐쇄되고 대구·경북은 사람들의 경제활동 자체가 올스톱될 지경에 이르렀으며, 수출은 물론 내수마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은 충격을 그대로 흡수했다.

24일 코스피는 단 하루 만에 3.87% 하락했고, 코스닥은 4.3%나 떨어졌다. 이쯤 되면 '코로나19 쇼크'에 가깝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금융시장 관련 긴급 시장점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시장 상황에 맞춰 마련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시장 안정 조치를 과감히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아직도 코로나19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발원지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공격적인 부양책을 내놓고 있어 최근 증시는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코스피가 3.87% 급락한 날 상하이종합지수는 0.28% 떨어지는 데 그쳤다. 금리 인하에 유동성 공급 확대 선언, 기업 대출 연장, 기금 확대 운용 등 부양 정책을 쏟아낸 덕분에 자본시장은 안정을 찾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30명이 안 되는 대만에서도 자취엔 증시 하락률이 1.3%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이제부터 내수 위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강하다.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아 이미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자본시장은 큰 타격을 받았는데, 여기에 내수의 어려움까지 더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관세청과 유진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2월 1~20일 일평균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5.5%나 감소했다. 이는 이미 내수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1일 이후 상황은 앞선 1~20일보다 훨씬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24일 하루에만 막대한 자금을 뺐다. 21일까지도 코스피에서 순매수를 유지한 외국인은 원화가치 급락과 한국 시장 리스크 확대에 24일에만 7800억원어치를 팔았다. 올해 들어 가장 큰 일별 순매도다. 달러당 원화값이 21일 10.5원 떨어진 1209.2원에 마무리된 후 24일에도 11.0원 내린 1220.2원에 마감한 것이 컸다. 원화가치 하락은 외국인 자금을 한국 증시에서 이탈시킬 요인이 된다.

글로벌 펀드자금도 서둘러 아시아권 주식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글로벌 펀드자금 흐름을 주간 단위로 추적하는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9일까지 한 주간 중국, 한국, 대만 등을 포함한 신흥 아시아·태평양지역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펀드자금은 26억7700만달러에 달한다. 중국 증시 대폭락 직후인 2015년 9월 이후 3년여 만에 주간 단위로 최대 규모의 유출이다. 일본과 호주 등 선진 아시아·태평양 주식펀드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갔다. 선진 아시아·태평양 주식펀드에서는 14억달러가 이탈했다. 북미, 서유럽 주식펀드로는 소폭이지만 자금이 들어왔다. 결국 코로나19가 집중적으로 퍼진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신흥국과 선진국을 막론하고 주식펀드 자금 이탈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의미다. 전균 삼성증권 이사는 "코로나19가 창궐한 나라에서 소비·투자 침체 우려가 짙어지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이 증가하자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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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안전자산으로는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금값은 24일 다시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 금값은 1g당 6만4800원을 기록했다. 2014년 KRX금시장이 열린 이후 최고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24일 국채시장에서 3년물 금리는 1.139%를 기록해 4.3bp 하락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는 모두 기준금리(1.25%) 아래로 내려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는 27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금리 인하와 선을 긋는 발언을 한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확진자 급증은 금리 인하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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