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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코로나19發 코리아 디스카운트에…‘고립무원’ 항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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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코리안' 경계 확산..세계 7개국 한국인 입국금지

외항사 한국行 중단..베트남·필리핀·마카오항공 등

국적사 대구·경북發 국내·국제선 운항 중단 이어져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서 급속히 확산하면서 전 세계에서 한국을 경계하는 국가가 늘고 있어서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를 최고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한 가운데 입국 승객마저 줄어들게 되면 이미 ‘개점휴업’ 상태인 국내 항공 산업은 ‘고립무원’ 신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NO 코리안’ 경계 확산…외항사 한국行 중단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부 국가는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외국항공사는 한국행 항공편을 줄줄이 감편·중단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7개 국가에서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중동에서 바레인·요르단·이스라엘 등 3개 국가, 남태평양에서 모리셔스·사모아·미국령 사모아·키리바시공화등 등 4개 국가가 한국인 입국 금지 조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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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날로 증가하는 24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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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는 24일(현지시간) 한국인 신혼부부 수십 쌍의 입국을 거부했다. 이들은 여권을 압수당한 채 모리셔스공항 인근에서 격리 조치를 당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한 대한항공 KE957편의 130여명 한국인 탑승객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들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 땅을 밟지도 못하고 같은 항공기를 타고 되돌아왔다.

외항사들은 한국행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고 나섰다. 마카오의 국적항공사 에어마카오는 3월 한 달간 인천~마카오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마카오 정부는 지난 23일부터 한국인 입국객에게 지정된 장소에서 8시간에 달하는 검역조사를 시행 중이다.

동남아에 기반을 둔 외항사도 마찬가지다. 필리핀항공은 3월 한 달간 인천~클락·세부 노선 운항을 중단하며, 인천~마닐라 노선은 매일 2회에서 매일 1회 운항으로 감편한다. 싱가포르항공도 인천·부산~싱가포르 노선 운휴·감편을 결정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악화로 한국 노선을 운휴·감편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항공은 인천~하노이·호치민·나트랑·다낭 노선을, 베트남 저비용항공사(LCC) 비엣젯항공은 인천~호찌민·푸꾸옥·다낭 노선에서 한국행 항공기 운항을 취소·감편했다. 타이항공은 지난 20일부터 한국(인천·부산~방콕 노선)을 포함한 8개국 운항편을 취소했다.

국내 항공사도 국제선에 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경북 항공편 감축을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하루 2회 왕복 운항하던 대구~제주 노선을 결항하고 하루 12회 왕복 운항하던 김포~부산 노선도 9회로 감편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하루 3회 왕복 운항하던 대구~제주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LCC도 대구발 국내선 및 국제선을 운항하지 않는다. 제주항공은 24일~29일 대구~제주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대구~타이베이 노선도 3월까지 운항하지 않는다. 에어부산도 24일부터 대구~제주·타이베이 노선 운항을 멈췄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26일부터 대구발 국제선 운항을 중단키로했으며, 국내선 축소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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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LCC…“대출 심사 3개월 이상 골든타임 놓쳐”

국적 LCC를 중심으로 국내 항공업계는 ‘비상경영’ 태세다. 에어부산은 이날 한태근 대표이사 사장 이하 모든 임원이 일괄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에어부산 임원은 급여 20∼30%를 반납한데 이어 이날 부서장급 직원도 임금 10%를 반납하기로 했다.

여행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항공기를 띄울수록 적자다. 이에 따라 에어부산은 코로나19 사태로 탑승객이 급감한 중국 및 동남아 노선 25개를 3월 한 달 동안 운항을 중지하기로 했다. 모든 직원은 3월부터 무급 희망 휴직돌입한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주 4일 근무, 무급휴직 15일, 무급휴직 30일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스타항공 조종사들은 4개월(3∼6월)간 임금 25%를 삭감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조종사 노조와 사측이 임금협상 특별교섭을 실시해 합의안을 마련한 결과다.또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을 비롯해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은 임원의 임금 20~30%를 삭감하고, 진에어 등 항공업계는 최소 1주에서 최대 12개월까지 희망 휴직을 신청받고 있다.

항공기를 텅텅 빈 채 운항해도 문제지만, 항공기가 공항에만 있어도 비용이 줄줄 샌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에어부산 등 국적항공사들은 항공기 리스사와 국내외 공항 조업사로부터 비용 납부 유예 또는 감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장 비행기를 띄우지 못해 운영자금이 고갈되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고 항공유 대금이나 주기료 등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공항에 발이 묶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지난 17일 최대 3000억원 내에서 필요한 유동성을 수혈하는 등 항공업계를 대상으로 긴급대책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하는 목소리가 크다. LCC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지원 계획을 들고 나온 것은 환영하지만, 대출 심사를 진행하는 곳은 산업은행으로 소관 부처가 달라 칸막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조속한 대책이 이뤄져야하는데 담보심사를 하다 보면 금융 지원도 3개월 이상 걸려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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