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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란, '코로나19 사망자 최소 50명설' 부인에도 커지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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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란 수도 테헤란 시민들이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마스크를 쓴 채 외출을 하고, 차량을 운전하고 있다. 테헤란|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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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는 최초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왔던 이란에서 사망자가 최소 50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란 반관영 통신 ILNA는 24일(현지시간) 국내 최초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발생했던 곰에서만 50명 이상이 숨졌다고 지역구 의원을 인용해 보도했다.

곰을 지역구로 둔 아흐마드 아미리아바디 파라하니 의원은 이날 ILNA와의 인터뷰에서 곰에서만 현재까지 사망자가 50명 발생했으며, 확진자 250명에 대한 격리조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파라하니 의원은 이란 내 최초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도 정부가 발표한 19일보다 6일 전인 13일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가 피해상황을 은폐·축소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란 정부, ‘코로나19 최소 50명 사망설’ 부인

이란 정부는 즉각 부인했다. 이라즈 하리르치 보건부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란 전역 사망자는 전날보다 4명 증가한 12명이며, 확진자는 18명 늘어난 61명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하리르치 차관은 파라하니 의원의 발언을 두고 “전혀 사실이 아니며 그가 주장한 50명의 절반만 숨졌어도 차관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관련 정보는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란 보건부는 이날 코로나19 진단장비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키아누시 자한푸르 보건부 대변인은 “WHO가 컨테이너 4대 분량의 진단장비를 지원했으며 앞으로 계속 이란에 도착할 것”이라면서 “이란에서 자체 개발한 진단장비는 임상시험, 관련 부처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미국의 이란핵합의 탈퇴에 따른 대이란 제재 복원으로 의료장비와 의약품 수입이 제한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사회 지원에도 이란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집단 수가 적다고는 해도 이란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치사율은 전 세계 평균 3%보다 훨씬 높은 20%를 기록했다. 코로나 감염 사망자 12명은 중국 본토 밖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인접국에서도 무슬림들의 왕래가 많은 종교교육 도시 곰이나 다른 시아파 성지를 중심으로 주변지역과 이웃 국가로 퍼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유행단계로 가는 전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에서 중동 전역으로 확산 조짐

이란과 교류가 많은 레바논에서는 앞서 지난 21일 이란 곰을 방문하고 돌아온 45세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페르시아만을 두고 이란을 마주보고 있는 쿠웨이트는 이날 처음으로 이란 북동부 마슈하드를 여행한 뒤 입국한 3명에게서 코로나19 감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란 마슈하드는 이라크의 나자프·카르발라 등과 함께 대표적인 시아파 성지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이란과 우호관계인 이라크에서도 이날 코로나19 감염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라크 보건부는 나자프에서 유학중인 이란인 신학도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라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가니스탄 보건부도 이날 이란 곰에서 최근 돌아온 자국민 1명이 처음으로 감염자로 확인됐고, 역시 이란을 다녀온 3명이 의심증세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바레인 보건부도 이날 이란을 여행한 적이 있는 자국민 1명이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이란에 빗장 걸어 잠그는 이웃 국가들

이란과 연관된 이들의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중동 각국은 이란과의 국경을 폐쇄하는 등 확산 방지 조치에 나섰다. 쿠웨이트 정부는 19일 이란에서 처음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자 21일부터 이란행 항공노선을 일시 중단하고, 이란과 이어진 국경 출입국 검문소를 차단했다. 자국민을 제외하고 이란에 상주하거나 최근 2주 이내로 이란에서 체류했던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했다. 23일에는 이란에서 들어오는 선박의 입항도 막았다.

이라크도 쿠웨이트와 마찬가지로 21일부터 이란과 통하는 국경 검문소를 잠정 폐쇄했다. 국적항공기의 이란 노선을 일시 중단했으며, 자국민을 제외한 이란발 입국자를 모두 차단했다. 바레인 정부도 최근 2주 이내로 이란에서 체류했던 외국인에 대해 21일부터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아프간 정부는 23일 이란을 오가는 육상운행과 항공편을 잠정 중단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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