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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현대중공업 노사, '하청업체 직원 추락사' 사고경위 두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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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발생한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직원 김모(62)씨 추락사 사고 경위를 둘러싼 노조와 사측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

전국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24일 울산시청에서 '위험 외주화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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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현대중공업과 노조, 전국금속노조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인 진오기업 직원인 김씨는 지난 22일 오후 2시쯤 조선 2야드 LNG선 탱크 내 작업용 발판 구조물(트러스) 제작을 하던 중 21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노조 측은 "추락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보면 김씨는 작업대 구조물과 고정되지 않은 나무 합판을 밟으면서 트러스 2단 바닥으로 순식간에 추락했다"며 "당시 추락방지용 그물망도 없었고 안전대 난간은 한쪽 면에만 설치돼 있었다. 관리감독자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의 경우 추락의 위험성 때문에 전체 트러스를 바닥에서 제작한 후 한 번에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설치하는데, 현대중공업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추락방지용 그물망도 없이 한 단씩 쌓아 올리는 위험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노조 측은 주장했다. 노조는 또 "하청 직원 30여명이 단 11일만에 시간에 쫓겨 최소한의 안전조치도 없이 대형 트러스를 제작하는 일이 세계 1위 조선소 사업장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안전대를 지급했고 당시 안전관리자가 작업지 주변에 있었다"며 "추락방지망의 경우 트랜스 구조물 전체를 설치한 후에야 설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자세한 사고경위는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등 관계기관이 조사중에 있다"고 밝혔다.

평소 김씨가 지병을 앓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사측과 유가족·노조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24일 검찰이 김 씨에 대한 부검이 필요하다며 강제로 김씨의 시신을 이송하려고 했다"며 "장기파열 등 누가 봐도 추락으로 인한 사망이 분명한데 사측은 검찰조사에서 평소 김씨가 지병이 있고 작업 중 어지러움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며 "가뜩이나 추락한 사람의 시신을 부검을 통해 또 훼손시키는 건 유가족 가슴을 두 번 찢어 죽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유가족에 따르면 평소 김씨는 자신의 건강을 누구보다 잘 관리해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인지, 진오기업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검찰 조사과정에서 평소 김씨가 지병이 있었고, 어지러움을 호소하기도 했다는 진술을 누군가 한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검찰은 이날 유가족과 노조의 거센 반대로 김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이송하진 못했다. 그러나 부검은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적법한 절차대로 이뤄진만큼 강행하겠단 입장이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사고경위와 사망 원인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어 주임검사가 부검지휘해 법원에서 부검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관계기관과 협조해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현장 안전시스템을 전면 재점검에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울산=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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