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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멈춰선 밀라노, '오리무중' 이탈리아 코로나19…"글로벌화의 게임체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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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상업 중심지이자 ‘패션의 수도’로 불리는 밀라노. 관광객들이 몰리던 두오모 대성당과 라스칼라 오페라극장은 25일(현지시간) 문이 닫혔고 은행과 가게들도 셔터를 내렸다. 한창 붐벼야 할 식당과 술집들, 상점들 모두 문을 닫거나 한산하다.

기업들과 은행들, 패션업체 조르조 아르마니도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현지 언론 코리에레델라세라는 “밀라노는 정지 상태에 들어간 것 같다”고 표현했다. 밀라노가 있는 북부 롬바르디주가 코로나19 확산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내 감염자 수는 이날 270명에 이르렀으며 누적 사망자는 7명이다. 감염자 절반 이상이 롬바르디주에서 나왔다. 주 내 도시 11곳은 봉쇄 중이다. 정부는 지진 피해에 준해 감세 등 경제적 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밀라노는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롬바르디주 전체로 보면 20%의 비중을 차지한다. 가뜩이나 침체된 이탈리아 경제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게 생겼다. 확산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이탈리아는 중국발 경제 피해를 걱정해왔다. 중국을 오가는 비행편은 중단됐고 이탈리아 회사들의 중국 내 공장들은 문을 닫은 터였다. 밀라노 회사들의 경우 중국에 생산의 20% 정도를 의존해온 것으로 추산된다. 롬바르디와 함께 코로나19가 퍼진 베네토주 역시 주도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한 관광산업 중심지다. 베네치아의 산마르코 광장도 관광객이 끊겨 한산하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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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 근교 코도뇨의 교차로에 ‘카라비니에리’라 불리는 무장경찰이 서 있다. 코로나19가 퍼지자 당국은 밀라노가 있는 롬바르디주와 베네치아가 있는 베네토주 일대의 통제와 검역을 강화했다.  코도뇨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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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감염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다. 당국은 지난달 말 로마에서 60대 중국인 관광객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곧바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4월 말까지 중화권 전역 직항노선 운항을 중단시켰다. 중국이 과잉 대응을 한다며 불만을 표했을 정도였다. 이후 우한에서 귀국한 이탈리아인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게 전부였다. 그런데 21일 롬바르디와 베네토에서 사망자가 나오더니 며칠 새 감염자 수가 폭증했다. 25일에는 시칠리아의 팔레르모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밀라노 근교 코도뇨에 사는 30대 남성이 슈퍼 전파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남성이 폐렴으로 입원했던 병원의 의료진 등이 줄줄이 옮았다. 하지만 이 남성은 중국을 여행한 적이 없다. 누군가에게서 옮았을 텐데, 최초 감염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롬바르디와 베네토의 감염자들 간 연관성도 의문이다. 현지 중국인 사업가들을 검사했으나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당국이 출입국 통제를 시작하기 전에 누군가가 중국에서 감염돼 들어왔거나, 중국에서 직접 오지 않고 주변국을 경유해 이탈리아로 들어왔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국영방송에 나와 “북부 지역 병원들이 초기 대응을 잘 못했다”며 책임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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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의 한 수퍼마켓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보건당국이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령을 내리고 문 닫는 업체들이 많아지자 주민들이 식료품 사재기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밀라노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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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번 감염증에서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던 유럽은 이탈리아 상황이 심각해지자 2015년 난민 유입 이래 가장 큰 ‘이동의 위기’를 맞게 됐다. 이탈리아 북부는 프랑스,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5개국과 맞닿아 있으며 독일과도 왕래가 많다. 아직 접경국들이 국경을 닫아걸지는 않았지만 이동자들의 검역과 격리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북부 통제’가 시작됐다. 남부 바실리카타 지역은 북부에서 오는 이들을 검역하겠다고 발표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보건장관은 25일 “코로나 전염병이 글로벌화의 ‘게임 체인저’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 신혼여행객들을 격리시킨 인도양 섬나라 모리셔스는 로마발 알리탈리아 항공편에도 “격리와 회항 중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파라마운트 영화사는 베네치아에서 24일 찍기 시작할 예정이던 영화 ‘미션 임파서블’ 촬영 일정을 보류했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유럽연합(EU),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와 26일 로마에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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