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국민이 입국거부·격리 당하는데, 강경화 장관은 유럽 출장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우한 코로나 확산]

외교부, 이스라엘 입국금지 깜깜… 모리셔스 사태 때도 팔짱만

강장관, 코로나 중국 언급없이 "특정 종교 때문에 환자수 폭증"

우리 국민이 세계 곳곳에서 예고 없이 입국을 거부당하거나 격리되는 사태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가 이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해 피해를 키운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우한 코로나를 이유로 한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제한 조치를 내린 국가는 25일 현재 중국(웨이하이시)을 포함해 24국으로 늘었다. 이틀 전보다 10곳이 증가한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한국에 대해 최고 등급인 3단계 '경고(warning)'를 발령하는 등 자국민에 대한 여행 경보를 격상한 나라도 늘고 있다. 중국의 지방자치단체까지 역으로 우리 국민 '입국 제한'에 나섰는데도 외교부는 대외 교섭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유엔 회의 참석을 이유로 유럽에 머물고 있다.

조선일보

베를린 간 외교장관, 다낭서 격리되는 우리 국민들 - 강경화(왼쪽 사진 가운데) 외교부 장관이 25일 독일 베를린서 열린 제2차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하루 전인 24일 대구발 베트남 다낭행 비행기에 탑승한 우리 국민들이 다낭공항 도착 후 격리 절차를 밟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검역 조치는 각국 주권 사항이므로 외교부가 다른 나라의 조치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타국에 도착한 우리 국민이 갑자기 입국 거부나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 않도록 사전 공지나 사후 관리는 해야 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지난 22일 이스라엘이 입국 금지 조치를 하는 것을 사전에 알고 대응 조치를 취하는 데 실패했다. 23일 모리셔스에 도착한 한국인 신혼부부 34명이 예고 없이 열악한 시설에 격리당할 때도 외교부는 제때 자국민 보호에 나서지 않았다. 25일 오후에야 김건 외교부 차관보가 정부 서울청사에서 부랴부랴 주한 외교단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고 "한국이 코로나 19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으니 한국인에 대해 입국 제한 등 과도한 조치를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외교부는 재외 국민 보호 강화 등 '국민 외교'를 내세워 올해 예산 2조7438억원을 받았다. 작년보다 12% 올라 지난 7년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예산이었다. 그런데도 국민을 보호할 외교력에 공백이 드러난 것이다.

조선일보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확대로 비상이 걸렸지만, 이를 지휘해야 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2일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의 참석차 스위스 제네바로 출국했고, 앞으로도 독일·영국 방문을 모두 소화하고 27일 오후에나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24일(현지 시각)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최근 며칠 동안 우리나라에서 다수가 밀집하는 모임을 진행한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확진 환자 수가 폭증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준수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올해부터 2년 임기 인권이사국이 된 것에 감사하며 포부를 밝히는 연설이었지만, 우한 코로나 감염증의 국내 확진자가 급증한 탓에 연설 전반부에 이 문제가 언급됐다.

그러면서 강 장관은 "최근 보고되고 있는 코로나 19 감염 발생 국가 출신자에 대한 혐오(xenophobia) 및 증오 사건, 차별적 출입국 통제 조치 및 자의적 본국 송환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한국인 입국 금지·제한을 겨냥한 발언이지만, "출입국 통제 조치"에 대한 비판은 앞으로 우리가 중국 등 다른 발생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감염 발생지 출신자에 대한 혐오"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국내 폭증의 책임을 "특정 종교"(신천지)에 전가하는 모순된 모습도 보였다.

이어 강 장관은 "각국 정부는 대중의 공황을 불러일으키는 조치를 취하기보다 과학적 증거에 기반해 이런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이를 종식시키기 위한 전 지구적 노력에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WHO 권고 준수'와 '과학적 조치'를 강조한 것은 중국이 자국인 입국 금지에 반발하며 펼쳤던 논리와 판박이다.

지난 3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WHO가 교역·여행 제한은 반대한다고 권고했다"며 "사람들의 입국을 막는 일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한 데 대해 "미국이 한 일이라고는 공포심을 조장하고 확산시킨 게 전부"라고 비난하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대응"을 각국에 주문했다. 당시 우리 여권(與圈)도 중국인 입국 금지는 "외국인 혐오"일 뿐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자국 내의 철저한 이동 통제 효과를 본 중국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제는 한국에 대한 입국 통제를 시작했다.

[김진명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