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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에 이어 기업 체감경기도 얼어붙었다. 기업 체감경기 수준은 4년 만에 가장 낮았고 낙폭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전 산업 BSI는 65로 전월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6년 2월(63)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하락 폭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컸다.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확산, 2012년 7월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전 산업 BSI 하락폭이 컸다. 과거 최대 하락폭은 모두 9포인트였다.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로,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곳보다 많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확산은 제조업과 비제조업 심리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제조업 BSI의 경우 65를 기록해 전월(76)보다 11포인트 떨어졌다. 제조업 BSI 역시 2016년 2월(63) 이후 최저 수준이며, 하락폭은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했던 2012년 7월(11포인트)과 같았다.

업종별로는 전자·영상·통신장비(-18포인트), 자동차(-18포인트), 금속가공(-11포인트) 등의 체감경기가 급격하게 하락했다. 기업규모별는 대기업(-11포인트), 중소기업(-11포인트), 수출기업(-13포인트), 내수기업(-10포인트) 등이 일제히 악화됐다.

강창구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전자부품 수출이 감소하고 부품수급에 차질을 빚은 완성차 업체들이 일시적으로 생산가동을 중단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전방산업(자동차)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속가공 체감경기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르스, 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때와 비교했을 때 제조업체들의 타격이 컸다"며 "우리나라 업체들이 중국 생산기지를 많이 두고있고 가공 중개무역을 하다 보니 제조업에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공급망(서플라이 체인)이 얽혀있다 보니 감염병이 확산에 제조업이 타격을 입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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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조업 업황실적 BSI는 도소매업(-13포인트)과 운수창고업(-24포인트), 정보통신업(-10포인트) 등을 중심으로 하락해 전월대비 9포인트 떨어졌다. 비제조업 BSI는 메르스 확산 당시 11포인트 하락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국내외 여객 및 물동량이 감소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통상 감염병은 내수에 직격탄을 미치는 만큼 비제조업들의 타격이 크다. 다만 2월 BSI 조사 기간이 이달 11일부터 18일까지로,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에 조사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영향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월 전 산업 업황전망 BSI는 69로 전월대비 7포인트 떨어졌다. 3월 업황전망 BSI 역시 코로나19 국내 영향이 제대로 반영될 경우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쳐 산출한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대비 8.5포인트 하락한 87.2를 기록했다. ESI는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ESI에서 계절적 요인,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순환변동치는 89.7로 0.9포인트 떨어졌다. ESI 순환변동치 역시 2009년 5월 이후 가장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