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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현장에서] "하루가 급한데 3개월 기다리라니"…항공사 지원책 '골든타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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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휴업' 느는 항공사

지원책은 '보여주기식 정책' 논란

심사 통과 못하면 대출 어려울수도

지원책마다 이자 등 조건 붙어있어

중앙일보

지난 24일 대구국제공항은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구~제주 노선을 비롯한 일부 항공사의 운항이 중단되고 일부 항공편이 결항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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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대책이 미봉책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종코로나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를 위해 꺼낸 긴급 지원책 얘기다. 이번 대책에는 각종 조건이 붙어 있다. 경영악화 위기에 놓인 저비용항공사(LCC)가 긴급 자금을 수혈받으려면 대출 심사를 통과 해야 한다. 또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 기간을 미루려면 이자를 내야 한다.

정부는 예약취소ㆍ환불 타격으로 유동성 위기에 놓인 LCC에 3000억원 한도에서 자금을 빌려주는 등 긴급 지원대책을 지난 17일 내놨다. 지원책을 살펴보자. 먼저 LCC가 자금을 빌리려면 산업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이번 지원금은 항공사를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한 게 아니라 기존 정책자금을 활용해 대출심사를 거쳐 진행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상당수 LCC는 대출심사에 막혀 제때 원하는 만큼의 자금을 빌리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이용객 감소로 재무상태나 신용평가가 나빠진 곳이 많아서다. 이들은 긴급 수혈이 필요한 자금보다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또 심사 절차에서 2~3개월이 걸려 수혈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산은 담당자는 "현재 항공업계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빠르게 심사 절차를 진행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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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서울은 다음달 한 달간 휴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사진 에어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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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지원 대책에 포함된 사용료 감면 등 금융지원도 미흡하다. 국토부는 지난해 동기 대비 이용객이 줄어든 항공사는 다음 달부터 공항시설 사용료에 대한 납부를 최대 3개월간 미뤄주기로 했다. 이때 연체에 대한 연 1.6%(코픽스 기준금리 적용) 이자가 포함된다. 예컨대 전체 LCC가 3개월간 공항시설 사용료(249억원)를 미룬다면 이자만 1억원 정도 불어난다.

착륙료도 감면받는 데 조건이 붙는다. 올 상반기 중에 항공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6월부터 두 달 동안 착륙료를 10% 감면받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LCC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LCC가 무급휴직, 임금반납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일시적 유동성 위기로 LCC의 운항이 연쇄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며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LCC 담당자는 “업계에서 이번 대책을 두고 3개월 후 살아남아야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현재 LCC는 항공기의 절반 이상이 운항을 멈추고 있어 공항 주차비(주기료)로 수십억 원을 날릴 위기다. 4개월 뒤의 착륙료 감면보다 당장 주기료를 줄여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신종코로나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이미 비상사태에 놓인 항공사가 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이달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하기로 했고 에어서울은 3월 한 달간 휴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보여주기식 대책에 만족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자칫 응급처치에 늦었다가 LCC의 연쇄 운항 중단 사태를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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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지현 기자 yjh@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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