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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크로스체크]코로나19 확산으로 주총 대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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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국민연금·기관투자자는 주총 전 의결권대리행사 소액주주, 직접 참석안해도 전자투표 활용 '온라인 투표' 가능 전자투표 도입했는데도 정족수 부족하면 '다른 이유' 때문 [비즈니스워치] 박수익 기자 park22@bizwatch.co.kr

#주총 대란 #'코로나19'로 의결정족수 미달 우려 #'코로나 쇼크'에 주총 참석자 급감하나

최근 많은 언론이 보도한 제목입니다.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올라선 가운데 상장회사 정기주주총회 시즌도 시작됐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많은 기업들은 외부인 출입을 일시적으로 금지하거나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권장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적지않은 주주들이 특정 장소에 모이는 주총은 방역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총 장소를 회사가 아닌 외부 장소로 물색하는 회사도 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크로스체크]에서는 방역 문제를 제외하고 코로나19 여파가 '주총에서 안건 의결을 못할 정도의 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만 따져봅니다. 결론은 이러한 관측은 다소 과장된 논리(절반 이상의 거짓)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런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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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최대주주·국민연금·기관투자자는 주총 참석않고 사전 서면위임

주총은 '자본주의의 축제'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최대주주나 국내외 기관투자자 등 주식을 많이 가진 이들은 주총장에 직접 나타나지 않습니다.

한 회사의 최대주주, 예를들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나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주총장에 직접 나와서 표결에 참여한다면 그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겠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최대주주 본인은 물론 친인척, 회사 임원, 계열사 등 특수관계자들은 주총 전 서면위임장으로 본인 의사를 회사에 전달하거나 위임합니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식도 일반 주주와 사뭇 다릅니다. 국민연금이 찬성·반대 어느 쪽에 투표할지 결정한 후 자체시스템에 의결권 행사내용을 입력하면, 수탁은행이 이 내용을 받아서 의결권을 대신 행사합니다. 현재 국민연금의 수탁은행 역할은 우리은행이 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주총장에 직접 나오지 않고 우리은행이 국민연금의 모든 의결권을 대신 행사합니다. 우리은행도 주총장에 직접 나올 필요없이 서면위임 방식으로 국민연금의 뜻을 회사에 전할 수 있습니다.

국내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투자자(해외연기금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계주주는 의무적으로 의결권을 대리하는 기관을 선임해야하는데 이를 '상임대리인'이라 부릅니다. 주로 HSBC, 도이치, 시티, SC은행 등 외국계은행이 상임대리인을 맡습니다. 외국계주주가 찬성·반대 의사를 정해서 상임대리인에게 넘겨주면, 대리인은 그 내용을 예탁결제원에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예탁결제원이 주총을 개최하는 회사에 전달합니다. 회사의 주총 담당자는 예탁결제원이 전달해준 그대로 찬·반 내역을 표결에 반영합니다.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주총장에서 직접 문제제기를 하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서면위임이나 전자투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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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정기주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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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실제 주총장에 가보면 안건을 상정한 뒤 별다른 투표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의가 없으면 원안대로 처리하겠다'고 선언하고 (주총장에서 손들고 이의제기를 하는 주주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건이 가결됐음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최대주주나 국내외 기관투자자 등 주식을 많이 가진 주주들 위주로 사전 취합된 의결권이 정족수를 충족했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서 이미 주총이 시작되기도 전에 안건 통과 여부는 결정난 것입니다. ☞[관련기사]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총 방식

실제로 25일 정기주총을 개최한 미원화학은 주총 장소가 울산이었음에도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는데요. 이 회사의 최대주주 지분이 55%에 이르기 때문에 보통결의는 물론 주총참석률에 따라 특별결의도 문제없는 수준이었고, 실제 회사 측은 주총에 참석한 외부주주는 많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자가 그동안 직접 참석해본 주총 풍경은 삼성전자처럼 넓은 장소에 수많은 주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사례도 있지만, 회사 강당이나 회사인근 장소를 빌려 소규모로 진행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주총장에는 외부주주보다 회사 직원이 더 많기도 합니다. ☞[관련기사]2019년 현대글로비스 주총 방식

주식을 많이 가진 주주들은 주총장에 직접 나오지 않고, 회사 직원이 아닌 소액주주도 직접 주총을 찾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은 우리나라 주총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바꿔말하면 방역 문제로 주총장소 변경은 고민할 수는 있어도 코로나19 여파로 주총 의결정족수 확보에 비상이 걸릴 정도라고 해석하기도 무리가 따른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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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전자투표 실시하면 주총 참석 대신 온라인투표 가능.. 회사 비용부담 없어

다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20~30%대로 낮으면서 국내외 기관투자자 지분도 적고 소액주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장사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소액주주들이 주총장에 가지 않고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서면위임장을 회사에 제출하거나, 전자투표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전자투표는 회사가 도입해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전자투표를 활성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옵니다. 생업에 종사하는 소액주주들이 평일에 열리는 주총에 참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주총장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는 2010년 우리나라에 도입됐지만 여전히 활용도가 낮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정기주총 기준으로 전자투표(전자위임장 포함)를 이용한 행사율(총 발행주식수 대비)은 2017년 1.8%, 2018년 3.90%, 2019년 5.04%로 해마다 증가하고는 있지만 한 자릿수에 머무는 상황입니다.

세계 최고 IT기업이라 자부하며 휴대폰과 노트북을 만드는 삼성전자조차도 작년까지 자신들이 만든 휴대폰·노트북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전자투표를 외면했습니다.(올해 정기주총에서는 전자투표 도입) ☞[관련기사] 삼성전자가 증명한 전자투표 필요성

한국예탁결제원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감안, 원활한 주총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습니다. 면제 대상은 올해 3월에 개최하는 모든 주총입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외에도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증권회사도 전자투표 서비스 하고 있는데요. 이들 증권사는 애초부터 고객유치전략 차원에서 수수료를 받지 않고 무료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결과적으로 올해 정기주총에서는 어떤 회사도 전자투표 서비스를 수수료없이 이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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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전자투표 했는데도 정족수 미달되면 '코로나' 아닌 다른 이유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가운데 주주들이 주총장에 직접 가지 않고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고, 그것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회사가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이는 오히려 해당 회사의 주주정책을 의심해봐야할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전자투표를 적극 도입해 실시했음에도 의결정족수가 부족한 상황이 나왔다면 이는 '코로나19' 문제가 아닌 다른 이유에서 찾아야할 것입니다.

주총을 준비하는 회사 실무진이 부족하거나 다른업무가 과중돼 소액주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을 가능성, 회사가 문제있는 이사·감사후보를 내세워 주주들의 외면을 받았을 가능성을 따져봐야합니다. 또는 변화하는 환경과 제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영진과 최대주주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자투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유튜브 등 실시간 소통이 증가하고 있는 최근 흐름을 감안해 '전자주주총회'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김호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소장)

이미 터키는 모든 상장회사의 전자주총 개최를 의무화했고 미국도 전자주총 개최가 늘고 있으며, 일본도 경제산업성 주도로 전자주총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보고서도 있습니다.(황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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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에 열린 한진칼 정기주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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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그럼에도 정족수 미달되면? 배당 불가능…기존 이사·감사 임기연장은 가능

그럼에도 만약 (꼭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다른 요인으로 주총 의결정족수가 부족해서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주총에서 재무제표를 승인받지 못하면 약속한 배당금은 지급할 수 없습니다. 공식적으로 확정된 재무제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회사의 영업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사외이사 선임을 하지 못하면 다음 정기주총까지 기존 사외이사가 계속 이사직을 맡을 수 있습니다.

의결정족수 문제가 해마다 불거지고 있는 감사 선임은 어떨까요. 주총에서 새로운 감사 선임에 실패한다면 기존 감사가 일단 업무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는 신임 감사 선임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상법 635조)는 조항에 따라 3개월 내 임시주총을 소집해 다시 선임절차를 밟아야합니다.

작년 정기주총(12월 결산법인)에서 149건의 감사(위원) 선임안건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는데요. 이는 3%룰(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중 지분율 3%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것) 때문이라는 문제제기가 있지만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노력 문제라는 지적도 적지않은 사안입니다. 주총을 성실하게 개최하고자 노력한 회사에 한해 3%룰을 완화시키주자는 절충안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제작 '주주총회 문제점과 대안 모색 세미나' 자료(2020년 2월), 상법,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등을 참고했으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글로비스 미원화학 등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직접 취재한 내용을 종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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