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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대구경북 봉쇄”, “코로나 확산은 한국인 탓”… 정부, 또 말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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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병 37일 만에 1000명을 넘긴 가운데 당정이 잇단 말실수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앞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대구경북 최대 봉쇄조치”란 발언으로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코로나19 확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고 밝히며 또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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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갖고 코로나19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박능후 복지부 장관 “국내 코로나19 확산은 중국인 아닌 한국인 때문”

박 장관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코로나19의 확산은 최초 발원지로 추정된 중국 우한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 탓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이날 ‘중국인 입국금지를 했으면 대량 확산 사태가 왔겠는가’란 질문에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며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는 뜻”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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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구시 북구 학정동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에서 병원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진자 입원을 위해 병실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장관은 이어 “(정부의 방역 대책은) 질병관리본부의 요구대로 하고 있다”며 “(한국으로 들어온 중국인) 그분들을 (모두) 격리 수용할 수 없다. 하루 2000명씩 들어오는데 어떻게 다 격리 수용하느냐”고 밝혔다. 이어 “이 바이러스의 특성 자체가 검역에서 걸러지지 않는 사람이 들어오기 때문이다”며 “열도, 기침도 없는 한국인이 (중국에서) 감염원을 가져온 것이다”고 강조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산 원인을 최초 발원지로 추정된 중국이 아닌 한국에 있다고 설명, 중국인을 포함해 중국을 경유한 외국인 입국금지 필요성을 재차 부정한 것이다. 특히 그는 이번 대량 확산의 원인으로 ‘신천지예수교’를 지목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박 장관은 “지금 많은 환자가 확진된 것에 대해서는 죄송스럽다”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아무 대책이 없던 것은 아니고 특정 종교(신천지예수교회) 집단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내 코로나19 확산을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 탓으로 돌리며 향후 일각에서 ‘중국에겐 왜 항의를 못 하느냐’는 비판 여론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와 야권은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했지만, 정부는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최근엔 한국대학교수협의회도 중국인 유학생 입국금지를 강조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고 말하는 등 감염병 확산에 따른 고통까지 한국이 중국과 더불어 감내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5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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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울산 두 번째 확진자의 거주지인 울산시 중구 다운동 한 아파트 상가 주변을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정 “코로나 곧 종식”, “언론이 공포 조장”, “대구경북 봉쇄” 잇달은 발언 논란

정부의 말실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경제계 주요 인사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방역당국이 긴장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메시지였다”고 해명했다.

또 국내에서 코로나19로 첫 사망자가 나온 20일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사이트에 올린 ‘팩트완전정복' 동영상을 통해 코로나19 위험을 경고하는 언론 보도를 ‘공포 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영상은 “신종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가 불안과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요즘, 이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가 국내에 퍼지고 있다”며 “다름 아닌 가짜뉴스 바이러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짜뉴스로 국민이 과도한 공포와 불안에 떨어야 했고,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방역 당국과 의료진과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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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청와대에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등 제작진, 배우들과 환담하고 있다.


같은날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봉준호 감독 등 영화 ‘기생충’ 제작진·출연진과 오찬을 하며 ‘짜파구리’도 먹어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아픔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비판도 받았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근 대구경북 지역에 최대한의 봉쇄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발언해 “4·15 총선을 앞두고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등 큰 물의를 일으켰다. 홍 수석대변인은 결국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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