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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유재수가 먼저 뇌물 요구했다”… 금융업체 대표, 법정서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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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제공하고 책 사주고 동생 채용까지
"알고 지내면 나중에 도움될 것이라 생각"
‘자발적으로 받았다’는 유재수 주장과 배치
유 전 부시장 측 "직무관련성 없다" 혐의 부인

조선일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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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 국장 등 공직에서 일하면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유재수(56) 전 부산시 부시장이 금융업계 관계자에게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뇌물 공여자들이 자발적으로 건넨 것이라는 유 전 부시장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손주철)는 26일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는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을 채용한 자산운용사 대표 최모(41)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씨는 "유 전 부시장은 금융인 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라며 "금융위에 재직 중인 고위공무원이라고 소개를 받았고, 알고 지내면 나중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전 부시장의 부탁으로 항공권을 두 번 결제했다"며 "저에게는 큰 비용이 아니었고 (유 전 부시장의) 부탁을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고 했다. 이에 검찰이 '유 전 부시장은 부탁하지 않았는데 최씨가 먼저 결제를 해줬다는 진술을 했다'고 되묻자 그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최씨는 유 전 부시장에게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오피스텔도 대신 임차해주고 월세 등을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유 전 부시장이 세종시에서 서울에 올라오면 집이 멀어 서울에 잘 곳이 마땅하지 않다고 해 얻어줬다"며 "(원하는) 장소를 물었더니 청담동이 낫다고 해서 부하직원을 통해 구했다"고 했다. 그는 "(오피스텔을) 한 번도 보지 않았고, 열쇠를 건네주기 위해 한 번 같이 갔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부시장의 저서를 구입한 것에 대해서도 "유 전 부시장이 요청해서 책을 구입했다"고 했다. '책이 필요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당시에는 그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고 (요청이 없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 골프채 선물을 놓고도 "유 전 부시장이 먼저 달라고 했다"고 선을 그었다.

최씨는 유 전 부시장의 동생을 채용한 것과 관련, "유 전 부시장의 부탁이었다"며 "(회사 내에서) 중요한 자리가 아니라서 채용해도 큰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부탁이 없었다면) 채용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아직까지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최씨에 대한 증인신문 이전에는 공소사실에 대해 유 전 부시장 측이 입장을 밝혔다. 유 전 부시장의 변호인은 "금품수수에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했다.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뇌물이 아니라는 논리다. 변호인은 "공소장에 '직무와 관련해 이익을 수수했다'는 부분이 추상적이고 불분명하다"며 "유 전 부시장과 공여자들은 가족끼리 교류할 정도로 사적인 친분관계이고, 그에 따른 수수라는 게 기본적 입장"이라고 했다. 항공권 구매대금 대납 등 일부 혐의는 인정하기도 했다. 유 전 부시장도 "변호인과 입장이 일치한다"고 했다.

유 전 부시장은 2010년부터 2018년 사이 금융업체 대표 등 4명으로부터 4950만원 상당의 굼품과 이익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유 부시장의 비위 행위와 관련,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백원우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있다.

이날 유 전 부시장의 재판은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선 법원이 2주간 잠정적 휴정기를 갖기로 한 가운데 열렸다. 법정에서는 재판부, 검찰, 유 전 부시장과 변호인 등 재판 관계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방청 역시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에게만 허용했다. 재판부는 "코로나 확산 문제 때문에 이 재판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했다"며 "공판을 연기하면 재판이 너무 길어지는 문제가 있어 그대로 진행한다"고 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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