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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출산율 0.92명…세계 꼴찌 기록 또 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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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8명서 더 추락…2년째 0명대

“올해부터 인구 감소 가능성 커”

지난해 합계출산율(0.92명)이 사상 최저치를 다시 썼다. 전년(0.98명)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한 ‘출산율 1명대 미만’ 국가다. 2006년부터 14년간 무려 185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저출산 흐름을 막지 못했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19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 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2명을 기록했다. 출생통계 작성(1970년) 이래 최저치다. 여성이 가임 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평균 출생아 수가 한 명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2만3700명(7.3%) 줄어든 30만3100명으로 간신히 30만 명대에 턱걸이했다.

보통 인구를 현상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OECD 회원국 평균(1.65명)은커녕 초(超)저출산 기준(1.3명)에도 못 미치는 압도적인 꼴찌다. 마카오·싱가포르 등이 1명 미만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들은 한국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가 힘든 도시국가다.

정부가 그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저출산 분야 예산은 계속 늘었다. 정부는 2006년부터 1∼3차에 걸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추진해 지난해까지 총 185조원을 저출산에 대응한 사업비 등으로 사용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2006∼2010년 1차 기본계획 때는 약 20조원, 2011∼2015년 2차 기본계획 때는 약 61조원을 사용했다.

여성 출산 연령 33세로 늦춰져…“저출산 대책 투자 GDP 3%대로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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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출산율 사상 최저치 경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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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년에 걸쳐 추진 중인 3차 기본계획에는 지난해까지 약 104조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출산율은 계속 역주행이다.

인구 감소는 생산가능인구를 줄이고 고령화에 대한 복지 부담을 늘리면서 경제성장과 내수 및 고용 등 경제·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그간의 정책이 근본적인 저출산의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문제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지적한다. 출산한 사람에게 복지를 늘리거나, 기혼 여성이 양육할 때 생기는 애로 사항을 지원하는 등 결혼해서 아기를 가진 가구에 대해 지원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특히 보육시설 부족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치솟는 아파트 가격과 급증하는 사교육비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 두고 지원하다 보니 국민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력·자본 등 모든 자원이 서울에 집중되면서 청년들이 과도한 심리적·물리적 경쟁에 노출된 것이 저출산의 이유”라며 “출산율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지방의 도시 개발, 인구이동 정책을 종합해 수도권 자원 집중과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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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자연감소시대 접어드는 한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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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혼하지 않은 동거 커플에 대해 출산을 지원하고, 결혼·출산 문제와 경제정책을 한 패키지로 묶어서 정책을 수립하는 식의 획기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며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춘 노동시장 개혁과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이민 정책을 개편하는 것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도 지난해 8000명으로 처음으로 1만 명 아래로 내려앉았다. 대한민국 인구의 자연증가가 지난해 사실상 멈춰섰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부터 인구 자연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성의 평균 출산 연령도 33세로 전년보다 0.2세 더 늦춰졌다. 안정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만혼(晩婚)이 일반화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체적 노화에 따른 출산의 한계를 고려하면 가임 여성의 결혼이 늦어질수록 출산율은 더 낮아지기 마련이다. 조성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많은 돈을 썼다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1% 남짓”이라며 “GDP의 3~4%를 인구대책으로 투자하는 유럽의 경우도 10~20년에 걸쳐 효과가 나타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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