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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한은, 코로나 타격에도 실탄 아껴…"좀 더 지켜보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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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3→2.1%

집값 상승 등 부담에 금리인하 일단 보류

대출한도 완화 등 피해기업 타깃지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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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장세희 기자] 한국은행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기준금리는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


한은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에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예상했던 2.3%보다 0.2%포인트 낮췄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수출이 둔화됐다"며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인정한 것이다. 또 "금융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장기시장금리와 주가가 큰 폭 하락하고 원ㆍ달러 환율이 상당 폭 상승했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치는 3월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은 후 사그라든다는 가정 하에 추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은 다른 감염병보다 클 것"이라며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경제 전망치 하향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크긴 하지만, 금리인하로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총재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한은 내부에서도 이 총재의 발언은 이례적으로 명확한 메시지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다시 인하론이 고개를 들었으나 결국 한은은 동결을 선택했다.


대신 한은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업들에 저리로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한은의 통화신용정책 중 신용정책에 해당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피해업체에 대한 금융지원을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확대하기로 의결했다. 관광ㆍ외식ㆍ유통 등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과 중국으로부터 원자재를 조달해 대중 수출 애로를 겪는 중소 제조업체에는 5조원(은행대출 기준 10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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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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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보단 피해 기업 타깃 지원= 한은 금통위는 통방 의결문에서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확산 속도, 보호무역주의 및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확산 정도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영향과 금융안정 사이에서 고민이 깊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날 한은의 결정은 금리인하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잠재울 수는 없다는 회의론이 작용했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은 "전염병때문에 경색된 경기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춘다고 해서 올라오진 않을 것"이라며 "나중에 쓸 실탄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인하 대신 금융중개지원대출(금중대) 한도를 5조원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광범위하게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리 인하와 달리 피해를 입은 특정 업체를 타깃으로 삼아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기준금리가 시장에서 보는 실효하한(0.75~1.00%)에 근접해 있다는 점도 추가 금리인하가 어려웠던 이유로 꼽힌다. 이미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과 역전된 상태로, 여기서 추가로 금리를 내리긴 사실상 어렵다.


금리인하에 따른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금리를 내리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의결문에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소폭 확대됐고, 주택가격은 서울 이외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오름세를 나타냈다"고 한은은 밝혔다. 이 총재 역시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내놓았는데, 효과를 나타내려면 어느 정도 시차가 있어야 하겠지만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세가 높다"며 "주택가격도 지금 안정됐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금융안정에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해 금융안정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증가세에 다시 불이 붙으며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 빚에 대한 우려도 컸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계신용 잔액은 1600조원, 지난해 4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2조6000억원에 달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96.6%로 전 분기(95.6%)보다 상승했다.


◆'코로나쇼크' 장기화땐 금리인하 불가피= 다만 한은이 연내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위축이 경제지표로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잠정 집계한 수출은 263억달러로 전년동기보다 12.4%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조업일수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은 16억90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9.3%나 감소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96.9로 전월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4년8개월만에 최대 하락이다.


한은의 목표치(2.0%)에 한참 못 미치는 낮은 물가 역시 금리인하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디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 중반으로 높아졌다"고 밝히긴 했지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0%로 동일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리동결은 (인하) 시점이 4월로 연기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나오고 중국 경제와 접점이 많아졌기 때문에 수출둔화와 국내 생산ㆍ소비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경제 상황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전혀 없진 않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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