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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북한, 러시아에 신종 코로나 신속 진단키트 지원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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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무부 "북한 요청으로 키트 1500개 제공"

'우리민족끼리'는 문 대통령 향해 막말 비난

북한이 러시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신속 진단키트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26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 공보실은 이날 “북한 측의 요청으로 러시아는 평양에 1500개의 (신종 코로나) 신속진단키트를 전달했다”며 “해당 조치가 북한의 전염병 유입을 방지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중앙일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을 철저히 막자'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싣고, 평양시 서성구역 위생방역소 사진을 공개했다. 신문은 "대중교통 운송수단들에 대한 소독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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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실은 이번 지원이 북한 측의 요청으로 진행됐다고 밝히면서도 언제,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1월 중순 이후 중국, 러시아 국경을 폐쇄하고 항공 노선 운영을 취소하는 등 ‘밀봉’ 정책을 펴고 있는 북한은 현재까지 공식적으론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 환자가 발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이 진단키트 지원을 요청한 건 보건 의료 시설이 열악한 북한이 고위 간부들의 감염 여부를 점검하거나 자체적으로 진단 키트를 개발하려다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자체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등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와 치료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선전해 왔다”며 “하지만 신종 코로나 관련 정보가 부족한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이 이를 진단할 수 있는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대목은 도움의 손길을 내민 대상이 러시아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당국자는 “북한의 최대 후견 국가인 중국이 대북 지원을 하고도 함구하는 것이거나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의 발원국인 중국에서 지원받는 걸 꺼렸을 가능성이 있”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7일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였다. 북한의 온라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문 대통령을 ‘남조선 집권자’로 지칭하며, 이달 초 신임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어리석은 추태”라고 비난했다.

남북은 2018년 정상회담에서 공동 방역을 합의했는데 북한이 러시아에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한국을 향해선 비난에 나선 것이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한ㆍ미가 27일 신종 코로나로 인해 올 상반기 연합훈련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북한은 그동안 연합훈련 취소를 요구하며 한국을 비난해 왔는데, 신종 코로나 때문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훈련을 연기하자 다른 소재를 활용해 남북관계 복원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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