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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분양가 상한제 부담됐나…국토부, 기본형 건축비 내려 '분양가 옥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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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건축비 조정 통해 분양가 제한 '꼼수' 지적…“분양가 내리면 품질 떨어질 것”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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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분양가 옥죄기’에 나섰다. 아파트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를 인하한 것이다. 11년 만이다.

이를 두고 일반 분양가 책정 문제로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정책을 주관하는 국토부가 시장 분위기보다 청와대와 여당 눈치보기에 급급해 '꼼수 정책'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이번 기본형 건축비 인하 이유로 감사원의 운영 실태 감사 결과를 내밀었다. 감사원에서 분양가 상한제 산정 체계와 운영 분야에 있어 보완 필요사항을 지적한 부분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에 기본형 건축비 표본주택을 기존 1개에서 4개로 확대하고, 고층주택(41~49층)에 대한 기본형 건축비를 새로 고시하기로 했다.

가산비 항목도 조정했는데 종전에 가산비 항목이 없었던 벽식 혼합 무량판 구조에 대해 3% 가산비율 및 산정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친환경 주택의 에너지 절감률 달성에 따른 추가 건설비용에 대한 가산비 기준도 마련했다.

이번 조정으로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 상한금액은 공급면적(3.3㎡)당 651만1000원에서 633만6000원으로 2.69% 떨어졌다. 2009년 3월 고시 이후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국토부는 기본형 건축비 조정의 명분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내밀었지만 시장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또다시 ‘시장 옥죄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주택의 분양가 산정에 포함된다.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 합산 이하의 가격으로 제한한다.

가격 기준을 조정하는 것은 택지비보다 건축비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택지비는 공급가격(공공택지) 또는 감정평가액(민간택지)에 택지 가산비를 더한 값이다. 택지비를 조정하려면 공급가격 아니면 감정평가액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개편 여력이 크지 않다.

반면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와 건축 가산비로 이뤄져 있고, 항목도 다양해 택지비보다 조정하기가 까다롭지 않다. 다시 말해, 건축비 조정이 분양가를 제한하기 위한 손쉬운 방안인 셈이다. 이번 기본형 건축비 인하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꼼수 정책’이란 지적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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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작년 11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발표하면서 당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얻은 재개발ㆍ재건축 단지에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줬다. 해당 단지는 오는 4월 29일까지 입주자모집공고(분양 공고)를 하면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비사업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협의 과정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3.3㎡당 3550만 원으로, HUG는 2970만 원으로 책정해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나 전문가들은 기본형 건축비 인하가 주택 고급화를 원하는 시장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했을 뿐만 아니라 공급 위축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114에서 예상한 올해 분양 물량은 32만5879가구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택시장이 침체된 만큼 시장에서 예상한 물량도 제대로 공급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두성규 선임연구위원은 “기본형 건축비 인하는 분양가를 낮출 수는 있겠지만 재개발·재건축 사업성 악화에 대한 걱정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시장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고, 분양가 상한제로 사업성에 대한 걱정이 큰 상황에서 이런 미세조정을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장기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고, 이미 내수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주택시장도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4ㆍ15 총선이 끝난 후 대선 정국으로 돌입하면 부동산 정책에 손대기 힘들텐데 그러면 시장은 극도의 양극화 또는 예상하기 힘든 기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시장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가 낮아지면 시행 주체들은 공사비를 낮출 수밖에 없고, 그러면 상품에 대한 품질은 떨어지고 사후관리도 소홀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관리를 위해 기존 품질 유지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중소건설사나 주택 전문 건설사들은 마감 수준을 낮추거나 안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서지희 기자(jhsseo@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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