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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트럼프, 재선 악재될라… “美, 코로나 대응 최고”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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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자청… 자국내 공포 차단 나서 / 주가 폭락 등 시장 불안에 위기감 / CDC 관계자 대동… 위험성 축소 / 독감 비유 “손 씻어라” 말하기도 / 펜스 부통령 TF 책임자로 지명 / 일각 “지역감염 확산 땐 역풍 우려”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전 세계 확산 현황이 표시된 지도를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손을 씻어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 문답과정에서 독감 환자와 관련한 경험담을 늘어놓은 뒤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가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독감 환자 흉내를 내다가 회견장에 웃음이 터지는 상황도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 방문에서 돌아오자마자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회견부터 예고해 외교가의 이목이 순식간에 집중됐다. 코로나19의 미국 내 확산을 막기 위해 피해가 큰 한국과 이탈리아 등에 대해 입국제한 등 고강도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미국은 코로나19 위험성이 여전히 낮고, 미 보건당국의 전염병 대처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한국과 이탈리아 등에 대한 입국 금지조치에 대해 적절할 때 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견에 나선 것은 고강도 대책을 내놓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 내 감염공포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던 셈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의 안정’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다우존스 지수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이틀 만에 6% 이상 추락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재앙과도 같기에 금융시장 안정이 이번 회견의 최대 목표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장에서 미국의 주식시장을 수차례 언급하며, 경제지표가 어느 때보다 좋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대표적인 경제지표인 주가가 이틀 만에 폭락하면서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후퇴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재선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트럼프가 코로나19 사태로 위기감을 느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전날 “미국도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해야 한다”고 발표하자 미 증시가 추락을 이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백악관 관계자 전언을 그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을 언급한 CDC 관계자와 보건당국자를 이날 회견장에 모두 대동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책임자로 지명한 것은 향후 발생할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상황에 따라 이번 사태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은 환자가 적어 ‘정치적 판단’이 일부 개입해도 비판을 피할 수 있겠지만, CDC의 우려처럼 지역감염이 현실화하면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미 언론의 관측이다.

특히 추가 확산이 미미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감염 사례가 늘거나 방역체계에 허점이 드러나면 역풍을 피할 수 없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보한 한국·이탈리아 등 코로나19 확산국가에 대한 입국금지 등 고강도 조치도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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