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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우한 코로나, 중간숙주 천산갑 아니다"… 점점 복잡해지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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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지 "최신 연구결과 천산갑은 중간숙주와 거리 멀어"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병 원인을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 바이러스의 중간 숙주로 지목된 천산갑이 실제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기는 중간숙주 발견은 방역과 발병 원인 규명 등에 매우 중요한 과제다.

28일 세계적인 권위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지에 따르면 우한 코로나의 천연 숙주가 박쥐인 것은 자명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인간에게 직접적인 전파 경로가 된 중간숙주를 규명하는 데 여전히 학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중국과학원과 중국군사연구원, 중국상하이파스퇴르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박쥐가 가진 코로나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비교분석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로부터 유래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1일 학술지 '중국과학연보'에 발표했다.

다만 연구팀은 박쥐로부터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전염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근거는 박쥐가 가진 코로나바이러스들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간 유전적 유사성은 88% 정도로 비교적 낮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이들 박쥐 바이러스가 직접적으로 사람에게 전염된 것이 아니라 중간에 다른 동물 숙주를 거쳐 사람에게 전파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중국 화난농업대학 연구진은 "천산갑에서 나온 균주 샘플과 코로나19의 게놈 서열이 99%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천산갑이 코로나19의 잠재적 중간 숙주라는 연구 결과다. 천산갑은 비늘에 덮인 몸과 길쭉한 주둥이를 지닌 포유류로 지난 2014년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됐지만 중국에선 보양 식품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네이처지는 최근 올라온 연구에서는 중국 화난농업대학의 연구와 배치되는 사례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학술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bioRxiv)에 올라온 최근 3건의 실험결과를 보면 천산갑의 균주 샘플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연관성이 85%에서 92%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90%~91% 수준의 일치성을 나타냈다.

중국 현지의 다른 연구기관에서 내놓은 2건의 실험 논문 역시 천산갑과 우한 코로나의 유전적 유사성이 화난농업대학의 연구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왔다. 네이처지에 따르면 두 개의 논문에서 천산갑의 균주 샘플과 우한 코로나의 유사상은 90.23%에서 91.02% 수준으로, 앞서 화난농업대학이 제시한 99%보다는 크게 떨어졌다.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의 아린지바네르지 교수는 "천산갑이 중간숙주가 되기 위해서는 유전적 정보가 이보다 훨씬 더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량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중간 숙주인 사향고양이와의 유전정보 유사성이 96% 이상이었다.

우한 코로나와 같은 신종 바이러스는 실제 인간에게 전염시키는 중간숙주를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원천적으로 바이러스의 이동을 막는 방역의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과 추후 변이 등을 관찰하는데 중간숙주의 유전정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케이트 존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는 "인간이 과거보다 야생 서식지를 더 많이 침범하면서 야생동물과 인간이 점점 더 연결되고 있다"며 "그 결과 인류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바이러스와의 접촉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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