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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현지 교민의 `코로나19` 시름앓는 한국 방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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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파일럿 도전기-147] 외국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가끔씩 가는 고국 방문만큼 설레는 일이 있을까. 평범한 것도 오랫동안 못하다 보면 사무치게도 그립다. 특히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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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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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얼큰한 국물에 후후 불어먹는 뜨끈한 '가성비갑' 국밥마저도 이 동네에선 찾아보기가 너무나 힘들다. 기본적으로 이슬람 국가에선 돼지고기를 안 먹기 때문이다. 그저 주위에 있는 것이라곤 닭고기, 쇠고기, 양고기 구운 것에 빵 쪼가리랑 같이 먹는 그릴인데 몇 번만 먹으면 질려버린다. 그게 아니면 맥도널드류 패스트푸드거나. 하도 햄버거를 먹어대서 나의 시체는 영원히 썩지 않을 것만 같다.

이렇게 고국에 대한 꿈을 키우다가 근래 단기 휴가가 생겨 한국에 들어갈 일이 생겼었다. 무려 거의 1년 만이었다.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대열까지 고속 성장을 한 나의 조국, 비영어권 최초의 오스카상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의 나라. 아아 자랑스러운 내 나라 펄럭펄럭 태극기를 휘둘러라…를 기대했으나, 결론부터 말해 이번 한국 방문은 망했다. 그렇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처음 계획은 원대했다. 한국에 가면 무엇을 먹을까 하면서 '도착하면 순대국밥 돼지국밥 소머리국밥을 아침마다 돌아가면서 먹고 점심 때는 보쌈, 저녁 때는 삼겹살을 먹으리라'고 다짐했다. 2월 23일 인천에 도착하기 전까진 모든 것이 수월해 보였다.

그런데 인천에 도착하자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두바이에선 마스크 착용하는 사람은 딱 두 부류였다. 중국인이거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거나.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약 90%의 확률로 아시아인이었다.

매서운 한국의 추위보다도(두바이 현재 기온은 약 20~30도 내외로 딱 좋다), 집으로 오는 공항철도 안에서 모두가 마스크를 끼고 있는데 나만 안 끼고 있으니 엄청 눈치가 보이면서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만약 여기서 기침이라도 했다면 모세가 홍해 가르듯 도망쳤으리라.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1시간이 지나가고, 가장 먼저 집에 가서 한 일이 방진 마스크를 찾고 점퍼 속에 넣은 것이었다.

뉴스를 트니 오늘 코로나19 몇 명이 늘어났고 몇 명이 확진자고 가파른 추세로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이 코로나19 세계 단독 2위로 우뚝 올라섰다면서 곧 세상이 망할 것 같은 분위기로 도배가 됐다. '한 며칠 전만 하더라도 30명대에서 머물렀던 것 같았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늘었지?' 끝내 무릎을 탁 치며 외쳤다.

"내가 귀국 타이밍을 정말 잘 잡았구나!!(반어법임)"

사실 UAE 두바이 거주자로서 가장 촉각이 곤두서는 뉴스는 하나 더 있었다. '한국인의 외국 입국 금지 및 제한' 뉴스였다. 코로나 바이러스야 안 걸리려면 집 밖을 안 나서면 된다고 하지만, 이거는 예외 없이 모든 한국인에 적용되는지라 '혹시 UAE가 한국인 입국금지하면 어떻게 하지'란 생각을 하게 됐다. 혹은 UAE에 입국하는 한국인에 대해 자가격리 14일을 명해도 큰일은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주일 이상 유유자적하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던 나의 계획은 와장창 깨졌고, 온 지 무려 3일 만에 다시 두바이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UAE에 돌아왔다. 하루라도 빨리 돌아와야 했다. 왜냐면 어느 날 갑자기 UAE 정부에서 '한국인 승객 모두 14일 자가격리' 정책을 발표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비행기값만 날리고 거의 외부 활동도 못한 채 무슨 전국 자전거길 종주 도장 찍듯이 얼굴만 들이밀고 다시 돌아온 짧은 휴가였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필자는 한국인 입국 금지 이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빨리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며칠 동안 우리나라 방역당국의 대응과 우리나라 시민들의 협조를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민족이 모든 국난을 잘 헤쳐나가고 결과적으로 더 성장했듯이, 이번에도 이번 상처를 딛고 일어서면 더욱 도약할 수 있을 것이란 결론을 냈다.

근거가 뭐냐고? 이건 외국에 살지 않으면 잘 와닿지 않는 부분이긴 한데, 현재 우리나라만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리고 빠르게 모든 국가 역량을 투입해서 공적으로 방역에 나서는 나라가 세계에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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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세세하게 국민들에 공개하고 그 동선에 따라 비상문자를 보내 지방자치단체가 일일이 추적하고 하루에 1만명 가까이 전염병 검사를 하는 시스템이 다른 나라에는 정말 없다. 미국이나 일본도 이에 한참 뒤처져 있다. 의심환자들을 싹 다 모아놓고 빨리 검사해도 모자를 판에 개인이 코로나 검사비용을 내니 마느니로 뉴스가 나오는 실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지도 모른 채 죽어가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세계 바이러스 연구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어느 나라 통계와 대처를 신뢰하는지 보면 정답이 나올 것이다. 정권과 상관없이 세월이 흘러 코로나19 이후에 다른 전염병이 찾아오더라도 이 시스템은 빛을 발할 것이다. 어렵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그리고 이 어려움은 모두 힘을 합치면 금방 지나갈 테니, 멀리 중동에서 우리나라의 빠른 평안을 기원해본다.

[Flying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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