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책임·비난 여론 회피·외부 압박 등 다양한 분석 제기
총회·12지파 별도 재정 운영…신천지 전체 재산규모 5천500억대
지난 2일 기자회견 하는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양정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급속히 확산하게 된 원인을 제공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5일 코로나 19 퇴치를 위해 120억원이라는 거액을 내놓으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신천지는 이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20억원을 기부한 사실을 공개하며 코로나 19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이 단체는 거액 기부 외에도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시설을 물색하고 있다며 이를 신속히 마련해 병상 문제 해소에도 나서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 단체는 신천지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많이 나온 것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물적, 인적 자원을 힘닿는 데까지 하겠다고도 했다.
신천지 기부 규모만 놓고 보면 최근까지 내로라하는 국내 대형 개신교회들의 기부금 규모를 크게 상회한다. 신도 56만명의 국내 최대 개신교회로 꼽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의료지원금 명목으로 낸 기부금은 10억원이었다.
신천지가 이 같은 거액을 코로나 기금으로 내놓은 배경으로는 '책임론'이 먼저 거론된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2일 기자회견에서 연신 사죄를 구한 것처럼 코로나 사태를 키운 책임을 거액의 기부를 통해서라도 지겠다는 것이다.
신천지는 독특하고 은밀한 예배·전도 방식으로 잠잠해질 것만 같던 코로나 상황에 불을 지폈고, 이는 전염병 창궐의 한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경제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총회장 회견 이후에도 신천지를 향해 멈추지 않는 비난을 돌리고자 '깜짝 기부'를 내놨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기부 소식은 신천지가 기자들에게 이메일 등을 통해 밝히며 외부에 처음 알려졌다. 단체 내부에서도 최고위층을 제외한 이들에게는 제대로 정보 공유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금을 받은 공동모금회 측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천지의 기부는 공동모금회 내부적으로 '특별 모금'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런 방식을 취하려면 통상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지만 이번에는 모두 생략됐다.
대신 신천지는 모금회의 공개된 은행 계좌로 현금 120억원을 이체하는 파격적인 방식을 선택했다.
모금회 관계자는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모금회 내부에서도 사용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고, 신천지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엄지 척' |
일각에서는 신천지가 코로나 사태 책임을 지라는 모종의 외부 압박을 받았고 급작스럽게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신천지가 120억원을 어떻게 조성했는지도 관심 대상이다. 하루아침에 현금 120억원을 동원할 수 있는 회사나 단체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신천지는 총회와 산하 12지파로 구성되는데 지파별로 별도 재정을 갖고서 운영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 수입의 많은 부분은 신도 헌금이다.
기부금 120억원은 총회와 12지파가 함께 조성한 것으로 100억원은 공동모금회 대구지회에, 나머지 20억원은 모금회 중앙회에 각각 전달됐다.
올해 1월 열린 신천지 정기총회에서 보고된 총회·12지파별 재산 현황을 보면 신천지의 현금 동원을 둘러싼 의문은 일정 부분 해소된다.
한 예로 신도수가 1만4천여명인 다대오지파 대구교회는 회계상 잔금이 148억8천400만원 남아있는 것으로 당시 총회에서 보고됐다.
경기 과천에 요한지파와 함께 건물을 쓰는 신천지 총회 본부는 다대오지파를 포함한 산하 12지파에서 십일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총회 본부의 현금 여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짐작게 한다.
총회에서는 신천지 총회 본부의 재정이 949억9천800만원, 12지파 재정이 모두 1천799억100만원으로 총 2천749억원으로 보고됐다. 여기에 부동산 1천529곳의 추정액 2천735억을 합하면 신천지의 전체 재산 규모는 5천513억원가량으로 집계됐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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