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정보 확인이 도움된다 의견 제시” 강조
대검도 “중대본 ‘수사 필요’ 요청 없어”
방역당국, 과천 신천지본부 행정조사
예배별 출석기록·시설 주소 등 확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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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일 경기 과천시의 신천지예수교 본부에 조사단을 보내 행정조사를 실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압수수색 등과 같은) 강제조치 판단은 수사당국의 몫”이라며, ‘신천지예수교 강제조치를 보건복지부가 요구했다’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국회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신천지예수교를 상대로 한 검찰의 강제수사 개시를 압박하려고 추 장관이 중대본 쪽 의견을 왜곡해 공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복지부 차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강압적인 조치를 쓰면 (신천지예수교 신도들이 숨어버려) 방역적인 관점에서 문제 발생의 소지가 있으나, 정확한 정보 확인에 필요하다면 모든 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는 점은 수차례 강조했다”며 “강제조치 판단은 수사당국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 중대본은 “(법무부와) 업무협의 과정에서 (신천지예수교 신도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 확인이 방역 업무에 만전을 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 강제수사를 요구한 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전날 추 장관이 국회에서 “어제부로 질병관리본부의 입장이 바뀌었다. 압수수색에 반대하던 중대본도 대검에 신도 명단 확인이 필요하다는 업무 연락을 보내고 있다”고 한 발언을 반박한 것이다. 김 조정관은 “강제적인 조처를 해달라고 복지부 장관이 직접 요청한 바 있다”는 추 장관의 발언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검찰도 중대본으로부터 직접적인 ‘강제수사’ 요구를 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중대본은 2일 오후 검찰에 팩스로 보낸 업무연락에서 “지자체가 받은 명단과 신천지가 제출한 명단이 다르다고 하니 협조해달라”고 했을 뿐 ‘강제수사’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중대본은 신천지예수교의 ‘협조’를 얻어 신도 명단 등을 제출받았다. 하지만 이 명단에서 누락된 사람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자료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좀 더 강도 높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업무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검찰은 중대본이 ‘신천지가 고의로 허위 신도 명단을 제출해 수사가 필요하다’는 등의 최소한의 ‘요청’을 해와야 감염병예방법을 적용해 강제수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데, 업무연락에는 그런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이다. 감염병예방법 제18조는 역학조사에 허위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경우 처벌하게 되어 있다.
또 추 장관의 주장과 달리, 지난 3일 검찰에 전달된 박능후 복지부 장관의 요구는 ‘신도 명단’이 아닌 ‘예배 출입 기록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내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가 법무부를 통해 ‘신천지 예배 출입 기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연락을 해왔고, 검찰은 ‘예배 출입 기록에 대한 행정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법률 조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업무 협의에 따라 중대본은 이날 과천시 신천지예수교 본부의 행정조사를 실시했다. 정부는 중대본 역학조사팀 2명과 중앙사고수습본부 특별관리전담반 2명, 대검 포렌식 분석팀으로 합동조사단을 꾸려, 신도·교육생의 인적사항, 예배별 출석 기록, 모든 신천지 시설의 주소 등의 자료 확보에 나섰다.
일각에선 추 장관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책임을 신천지예수교 쪽으로 돌리려 방역당국의 요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검찰 압수수색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방역당국이 강제조처를 꺼리는데 정치권의 요구나 여론에 떠밀려 압수수색을 했다가 방역에 지장이 생기면, 그 책임을 검찰이 져야 할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우 조혜정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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