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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제약강국' 스위스, 코로나 검사는 하루 2500명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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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시약 부족' 이유로 유증상자 다수 병원진료 없이 자가격리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료소가 설치돼 있는 스위스 제네바대학병원(HUG) <자료사진>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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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뉴스1) 김지아 통신원 = 스위스 보 칸톤(주·州)에 거주하는 교민 A씨는 며칠 전 감기 증상을 느껴 외출을 삼가고 자가 격리로 있던 중 가슴을 사포로 문지르는 듯한 통증을 느껴 의료진과 전화 상담을 했다.

A씨는 문진을 마친 뒤 의사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곧바로 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순 없었다. 스위스 연방정부가 코로나19 진단시약 부족을 이유로 Δ만 65세 이상 Δ환자들과 접촉하는 직업군 Δ당뇨 등 기저질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에 대해 우선적으로 검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A씨는 다른 종합병원 2곳에서도 문의했으나 앞선 상담 때와 같은 답변을 들어야 했다. 약 처방도 없이 "앞으로 5일 간 더 자가 격리를 하고, 다 나았다고 생각될 때 하루 더 집에서 쉬라"는 게 전부였다.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스위스에선 유증상자 가운데 상당수가 A씨 사례처럼 진료다운 진료를 받지 못한 채 자가 격리 상태로 지내고 있다.

스위스에 온 지 30년이 넘은 A씨는 "그동안 뉴스로 접한 한국의 코로나19 대처에선 감염자들에 대한 정부의 살뜰한 보살핌을 느낄 수 있다"면서 "반면 스위스는 '노바티스'·'로슈' 등 굴지의 글로벌 제약회사들로 명성을 떨치고 있음에도 이런 위기 상황에서 최소한의 검사도 해주지 않는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는 코로나19 진단 속도를 기존보다 10배가량 높인 장비를 개발해 지난 1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장비는 유럽통합규격인증(CE) 마크를 인정하는 국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스위스 보건당국은 "현재 하루 최대 2500명까지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처럼 하루에 2만씩 검사를 하고 감염자·접촉자들의 동선을 추적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스위스 당국의 설명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모든 의심환자를 격리·검사·치료하고, 모든 접촉자를 추적하는 게 코로나19 대응의 중추가 돼야 한다"며 한국을 모범사례로 들었지만, 정작 WHO 본부가 입주해 있는 스위스에선 이 같은 권고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날까지 스위스 전역에서 보고된 코로나19 환자는 모두 3115명이며, 이 가운데 33명이 숨졌다. 스위스 현지에선 "이 같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앞으로 10일 이상 지속될 경우 스위스 보건체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스위스 정부는 16일 코로나19에 대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은 베른 칸톤에서 한국처럼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로슈가 개발한 신형 코로나19 진단장비가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에서 사용될 경우 이곳에서만 하루 800~1000명의 검사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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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약회사 로슈 로고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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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akim.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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