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n번방 피해자, 신변보호 요청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가해자 협박 심리적 불안 노출

수도권 경찰청서 첫 보호 결정

피해자 89명…2차 피해 ‘공포’

헤럴드경제

검찰이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만들어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조주빈(24)을 26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첫 조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박사방’ 사건에 대한 수사상황 일부를 기소 전이라도 공개하기로 했다. 사진은 25일 검찰로 송치되는 조주빈 모습. [이상섭 기자]


텔레그램 ‘n번방’ 피해자가 가해자들로부터 협박 등을 받아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n번방’ 피해자의 신변 보호 요청은 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것으로는 처음이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도권의 한 지방경찰청은 ‘n번방’ 피해자의 요청으로 신변보호심사위원회를 열어 이 피해자에 대한 신변 보호 결정을 했다. 이 피해자에게는 스마트워치가 지급됐으며, ‘코드제로’ 수준의 112 긴급 출동, 주거지 인근 순찰 강화 등이 지원됐다. 이 피해자는 지난해 말 ‘n번방’ 가해자들이 검거되기 시작한 이후 가해자로부터 협박 등을 받아 오며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파악된 ‘n번방’과 ‘박사방’의 피해자는 89명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74명, 경북지방경찰청은 12명, 강원지방경찰청은 3명인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성폭력 범죄의 특성과 전국으로 확산된 ‘n번방’ 수사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피해자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들을 파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 전체 피해자 수는 밝히기 어렵다”며 “스스로 알리길 원하지 않는 피해자들의 의사를 감안하면 이들을 적극적으로 파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피해자들을 ‘노예’로 지칭하며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러온 한 ‘n번방’ 가해자들의 특성상 경찰의 수사망이 죄어 올수록 이들에 대한 협박 등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검거돼 신상이 공개된 조주빈은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를 미끼로 이들에게 피해 여성들에게 몸에 칼로 ‘노예’라고 새기게 하는 등 보다 잔혹하고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조주빈은 취재를 하던 방송사 제작진에게 “방송이 나가면 해당 방송사로 여성 한 명을 보내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분신을 하도록 시키겠다”며 “이 내용을 제작진도 알고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알리고 캡처해 두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검찰이 ‘n번방’ 수사 테스크포스팀(TF)을 꾸리고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이 관련 특별수사본부와 특별수사단을 각각 설치하는 등 수사당국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나서고 있지만 ‘n번방’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는 여전하다.

특히 피해자들의 경우 텔레그렘 등에서 유포된 자신의 영상과 사진 등을 지워 달라는 요구가 많지만 이들의 영상은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의 가장 큰 요구는 자신의 영상을 삭제해 달라는 것”이라며 “삭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전부 지우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성 착취 동영상 유통 실태를 잘 아는 사람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판매자는 성 착취 영상 섬네일과 함께 “영상 300개에 5만원, 1000개에 9만원이다. 낱개로 구매는 못 한다”고 가격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른 판매자도 “영상 200GB에 2만원, 500GB에 4만원이고 ‘n번방’·‘박사방’ 자료는 각각 4만원에 판다”며 “가지고 있는 영상을 다 구매하면 할인도 해준다”고 말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수사당국도 나서고 있다. 우선 경찰청은 지난 24일 조주은 여성안전기획관을 단장으로 하는 피해자 보호단을 꾸렸다. 경찰청은 피해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관련 부서가 모두 나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여성변호사협회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협회 소속 여성 변호사 111명은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에 대한 법률 지원을 통해 추가 피해를 막는다는 방침이다. 박병국 기자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