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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세계 최고 원전 기업이 쓰러지기 직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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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경영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에 국책은행인 산업·수출입은행이 1조원의 긴급 대출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생산 업체다. 독보적 기술을 쌓아와 20조원 규모 해외 원전을 수주하는 등 세계 시장에서 활약해왔다. 이 우량 원전 기업이 사실상 공적(公的) 자금을 지원받아 연명하는 황당한 지경에 이르렀다. 두산중공업의 경영난은 유가 하락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탈원전 때문에 수조원대 매출이 감소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과학적 근거도 없이 이념적으로 결정된 탈원전 정책이 국가 기간 산업체를 망하게 해놓고 사실상의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원전 사업을 계속했더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던 한국형 원전 산업은 현 정부 들어 에너지 정책이 탈원전으로 바뀌면서 급속하게 몰락했다. 정부가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하면서 핵심 설비인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를 만드는 두산중공업의 매출이 7조원 이상 사라졌다. 날벼락이 따로 없다. 두산중공업 매출 중 원전 비중은 약 20%지만 영업이익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결국 지난해 5000억원 순손실을 냈다. 직원 26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자구 노력을 했으나 당장 다음 달에 6000억원 상환 부담이 닥쳐오자 결국 버티지 못하고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두산중공업뿐 아니라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한국전력부터 관련 부품을 만드는 중소 협력사에 이르기까지 원전 생태계 전반이 붕괴되고 있다. 10조원 넘는 흑자를 내던 한전은 지난해 1조3000억원이란 엄청난 영업 적자를 냈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과 한전KPS·한전산업개발 등 협력사들도 다 적자다. 두산중공업 협력업체의 신규 납품 계약 건수는 61%나 급감했고, 협력업체 수는 33% 줄었다.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원전 협력사들이 밀집한 경남 창원의 지역경제는 얼어붙었다.

이 정부가 무너트린 한국형 원전 산업의 기술력과 안전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왔다. 3세대 원전인 APR 1400은 프랑스·일본도 받지 못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 인증을 미국 외 국가로는 유일하게 따냈고, 유럽 사업자 요건 인증도 받았다. 원전 건설 비용이 프랑스의 절반,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할 만큼 경제성도 강하다.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토대로 아랍에미리트의 원전 사업을 따내 현재 4기를 건설 중이다. 세계적인 원전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호황이 예상되던 원전 산업이 정부의 느닷없는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몰린 것이다. 공적 자금 투입은 1조원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부터 재개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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