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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자수첩] n번방 사건, 더는 관대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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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미성년자 16명 등 여성 70여 명을 협박해 성 착취를 일삼아온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기이한 괴물로 진화한 '디지털 성범죄'는 쉽게 막을 수 없고 전파력이 강한 신종 바이러스에 비견될 만하다.

검찰 여성아동범죄조사부 담당 부장검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두고 "가장 자주 바뀌는 법일 것이다. 기존 법전에 있는 내용이 아니라 늘 긴장해서 새로 업데이트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공간을 가리지 않고 은밀한 방식으로 성폭력이 자행되면서 기존 법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국회는 이달 5일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해 ‘딥페이크(deepfake) 영상’을 만들고 이를 제작·유통할 경우 처벌을 강화하도록 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 전담부서 신설과 양형기준 강화 등도 함께 논의했다.

성범죄 수법 진화에 따른 법ㆍ제도의 변화만큼 기존 수사 관행과 성인지 감수성을 한 층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일관하던 기존 법원의 선고는 국민 법감정에 한참 못 미친다.

검찰은 ‘n번방’ 전 운영자 ‘와치맨’ 전 씨가 집행유예 기간에 사실상 같은 범죄를 저질렀는데도 징역 3년 6월을 구형해 비판을 받았다. 검찰이 뒤늦게 변론 재개를 신청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최근엔 "60대 여성은 성추행에도 수치심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재판부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데이트폭력이라는 용어도 생소했던 시절 검찰이 강간 사건을 단순 사랑싸움으로 보고 불기소 처분을 내렸었다"며 "이후 재정신청을 통해 데이트 성폭력 사건의 특수성과 피해자 관점에 기반한 젠더폭력 사건의 수사 필요성을 촉구했고 결국 유죄판결이 확정됐다"고 회상했다.

'노예', '성노리개'로 불리며 수개월 간 성 착취를 당한 여성들의 정신적 피해와 몸에 남은 상처는 또 다른 차원의 고통일 것이다. 'n번방'에서 '박사'로 불린 핵심 피의자 조주빈은 검찰로 송치됐다. 성범죄에 관대한 사회라는 오명을 하루빨리 벗어야 한다. 검찰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투데이/김보름 기자(fullmo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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