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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③] ‘조주빈 악마 만들기’와 ‘관계도’가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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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내에서 '박사'로 불리던 남성의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25살 조주빈, 여성들을 협박해 얻은 성 착취물을 유포해온 이 남성은 아동 음란물 제작과 불법 촬영 등 모두 7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조 씨의 실제 나이와 얼굴, 이름이 알려지고 언론에는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조 씨가 입은 옷, 조 씨의 출신 대학과 이력이 모두 기사화 됐습니다.

[연관기사]
[n번방①] 미성년자 '노예' 만들어 자극적 영상물 촬영…지금도 거래된다(2020.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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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빈은 악마 아냐"…평범한 인간이 저지른 범죄

25일 종로경찰서에서 나온 조 씨는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조 씨의 모습이 공개된 이후, 뜻밖의 주목을 받았던 건 조 씨가 입고 있던 티셔츠입니다. 일부 언론은 조 씨가 입은 티셔츠 상표의 주가가 폭등했다는 기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날 조 씨는 자신을 '악마'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조 씨의 범행과 이중적인 생활 등이 알려지며 이를 '악마' 혹은 '선량했던 학생'으로 표현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묘사는 자칫 범죄자가 자신을 스스로 영화 속 악역과도 같은 '주인공'으로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 평등위원회는 24일 긴급 지침을 발표하면서 "성범죄는 비정상적인 특정인에 의한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짐승', '늑대', '악마'와 같은 표현은 가해 행위를 축소하거나,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느끼게 해 성범죄를 예외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텔레그램 성 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소속된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조 씨의 어린 시절도, 성격도, 외모도, 가족도, 옷도 궁금하지 않다"면서 "궁금한 것은 오직 검찰과 법원과 사회가 그를 어떻게 벌할 것인지 여부"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디지털 성범죄를 끝내려면 조 씨가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운영진 간의 관계…수사에 도움될까?

조 씨를 둘러싼 가십성 정보 외에, 관심이 쏠린 부분은 '박사방'과 'n번방' 등 수많은 성 착취물 공유 대화방의 개별 운영진입니다. '와치맨', '태평양', '켈리' 등 가명으로 활동하는 성 착취방 운영진들의 구체적인 범행 내용과 운영진들 간의 관계가 연일 조금씩 새로운 내용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n번방 사건' 수사를 맡은 한 경찰 관계자는 K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개별 n번방 피의자들의 관계를 낱낱이 보도하는 건 수사에 도움되지 않는다"면서 "특히 '갓갓(n번방 최초 개설자)' 등 유력 용의자들이 검거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운영진들 간의 관계가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보도될 경우 오히려 피의자들이 음지로 숨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도 "여성단체의 제보로 경찰이 유력 용의자를 쫓고 있던 시기 모 언론사가 이를 보도하면서 용의자를 놓친 적이 있다"면서 "몰랐던 범행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사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개별 운영진의 개인사나 인간관계 등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중요한 건 합당한 처벌·피해자 보호

알려진 바와 같이 조주빈은 여러 직원을 거느리며 '박사방'을 유료로 운영했습니다. 입장료는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150만 원 상당이었습니다. 가상화폐로 입장료를 낸 회원들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는가 하면, 숱한 성 착취 행위를 방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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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성 착취 피해자 변호인단과 민변 여성인권위원회는 "박사방의 회원들은 조주빈의 범행을 용인하는 것을 넘어 조주빈과 일체가 되어 자신의 취향에 부합하는 내용의 영상을 주문하고 제작에 기여했다"라면서 "이런 정황들로 볼 때 이들도 성 착취 불법 영상물 제작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하영 공동대표는 "소라넷이 폐쇄되기까지 만 18년이 걸렸고, 소라넷에서 처벌받은 사람은 운영자 단 1명뿐이었다"면서 "불법 촬영물을 공유했던 사람 중 처벌받은 사람들이 없었기에, 이들의 후예가 '박사'가 되고 불법 촬영물이 무수한 플랫폼으로 퍼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조주빈을 포함해 성 착취에 가담한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모든 법률에 근거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더 적극적인 대책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텔레그램 성 착취 공대위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피해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게시물에 대해 임의로 삭제 및 게시 중단 조처를 할 수 있다"면서 "포털과 플랫폼 사업자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필터링으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플랫폼의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들이 신상 노출 우려에 신고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가해자들의 협박 등 곤란한 상황은 전국의 다양한 상담소와 수사기관의 협조로 함께 풀어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전국의 성폭력 상담소와 성매매 피해상담소에서 고민을 나눌 수 있고,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로 상담을 원하는 분은 한국성폭력상담소 02-338-5801~2, 한국여성민우회 02-335-1858, 여성긴급전화 국번없이 1366, 대한법률구조공단 132, 한국여성의전화 02-2263-646,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www.women1366.kr/stopds 로 상담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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