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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조달러 부양책, 노동자엔 '찔끔' 부자 기업엔 '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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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특파원(onscar@pressian.com)]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미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법안이 25일(현지시간) 밤 미국 상원을 통과했다. 찬성 96명, 반대 0명으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트럼프 정부와 상원과 하원 지도부의 5일간의 협상을 거쳐 상원을 통과한 이 패키지 법안은 2조2000억 달러(약 2700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으로 미국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 연방정부의 1년 예산의 절반 정도가 한꺼번에 투입되는 셈이다.

이번 코로나 부양책 중에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개인당 1200달러(약 147만 원)를 직접 지원받는다는 사실이었다(연간 총소득 7만5000달러 이하의 개인, 수표로 지급). 자녀가 있을 경우 한명당 500달러가 추가 된다. 이렇게 개인에게 직접 지원되는 돈은 2900억 달러에 달한다. 또 앞으로 4개월 동안 현재 주당 300달러 수준인 실업수당에 600달러를 추가로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실업수당에는 2600억 달러가 책정됐다.

코로나19 피해 기업에 대한 지원(5000억 달러), 중소기업 구제(3670억 달러) 등 기업 지원책도 포함됐다.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오는 27일 하원 표결을 거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즉시 발효된다.

샌더스, 트럼프 측근들과 실업수당 놓고 충돌

민주당 대선경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은 25일 상원에서 패키지 부양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샌더스 의원은 대규모의 경기 부양책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그 혜택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해 따져서 실질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노동자 가정'(working family)에 그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의원은 특히 5000억 달러 규모의 기업 지원금에 대해 문제제기 했다.

"나는 특히 5000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 지원금을 정부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기업에 지원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현재와 같은 소득격차와 부의 불평등 상황에서 더 이상 대기업이 혜택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또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 그들의 주식 보유자들이나 이미 충분히 부자인 대기업 CEO들의 부를 불려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샌더스 의원은 또 린지 그레이엄, 팀 스캇, 밴 세스, 릭 스콧 의원 등 공화당 상원의원 4명이 실업수당 추가 지급에 대해 반대하는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 측근 의원으로 분류되는 그레이엄 의원 등은 4개월 동안 실업수당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과 관련해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매우 고전적인 이유로 지원금에 상한제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미국인들은 이번 부양책이 이 나라의 중산층과 미국 인구의 50%에 달하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paycheck to paycheck) 저소득층 가정을 보호하는데 쓰이는 것을 원한다. 코로나 부양책은 이달 집세는 어떻게 마련해야 하나, 아이들 먹을 음식은 어떻게 마련하나, 학자금 대출은 어떻게 갚지, 신용카드 대금은 어떻게 내지,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병원비는 어떻게 마련하지 등을 걱정해야 하는 이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이 부양책이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실업수당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수많은 임시직 노동자(gig workers)들, 우버 드라이버, 식당 종업원, 또 수많은 최저 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이 포함돼야 한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들에게 실업수당을 추가로 주는 것에 대해 이들에게 엄청난 혜택이 돌아가는 것처럼 말한다. 그러면서 불과 몇 년 전(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양책을 말한다)에 1조 달러가 넘는 세금으로 대기업에 지원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가치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인가."
샌더스 의원은 또 기업에 대한 지원 조건으로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는 등의 요구 조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영국과 독일 등에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대신에 노동 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감축하고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미국 기업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샌더스 의원은 25일 밤 상원의 표결에 앞서 이날 오전 트위터에 올린 영상을 통해 실업수당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법안 표결을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고, 상원 다수당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미국 노동자 가정의 필요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법안이 상원과 백악관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 우리의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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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의원이 25일 상원의 코로나 부양책 표걸에 앞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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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여러 차례 보잉 지원 주장"

샌더스 의원과 트럼프 측근 의원들이 충돌한 실업수당은 샌더스 의원의 주장대로 통과가 됐지만, 대기업 지원 방안은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26일 코로나 부양책에 항공사인 보잉에 대한 직접 지원 방안 등 대기업 지원 방안이 포함된 것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WP는 "국가 안보 유지에 필수적인 산업에 대한 지원금 170억 달러(약 20조8000억 원)이 사실상 보잉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애초 지난주 마련된 법안 초안에는 이 조항이 없었지만 나중에 끼워 넣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가 보잉을 돕기 위해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백악관 회의에서 보잉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WP는 또 "세금을 피하고 주식 가치를 올리는 데 막대한 자금을 쓴 기업들까지 돈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 "코로나 사태, 샌더스의 철학적 승리"

코로나 사태와 그 대응책의 하나로 트럼프 정부가 일회성이긴 하지만 '기본소득'을 지급하게 된 것에 대해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개리 에버나디는 "정치평론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대통령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추측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샌더스 상원의원이 적어도 철학적으로는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자유시장 자본주의에서 민주사회주의로 전환한 순간을 역사가들이 기록하면 이번 주를 지적할 것"이라며 이번 코로나 부양책의 의미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지난 몇달 동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 등과 같은 큰 정부를 지향하는 진보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일부 민주당원들은 '사회주의자'라는 공격을 걱정했다"며 "하지만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이제 모두 사회주의자다"라고 코로나 사태가 미국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 평가했다.

[전홍기혜 특파원(onscar@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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