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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교육이 사람 목숨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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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한국은 자살률이 치솟습니다. 한국에서 자살률이 급등하는 현상은 금융 이벤트로 봐야 합니다."

조선비즈 창간 10주년 기획인 '금융교육 10살부터' 취재를 위해 만난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이다. 그의 말은 수치로 증명된다. IMF 외환위기가 한국을 덮친 이듬해인 1998년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18.4명으로 전년대비 5.3명이 늘었다. 카드사태 이듬해인 2003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국을 덮친 이듬해에도 마찬가지로 자살률은 급등했다. 김 연구위원은 인터뷰를 마치며 금융교육에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만 해도 금융위기나 경제위기의 조짐은 없었다. 위기에 대비해 금융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 개개인의 금융역량을 높일 시간적 여유가 충분해보였다. 하지만 위기는 예고없이 찾아온다. 우한 코로나(코로나19)발(發) 실물경제의 위기가 금융으로 이어지고, 중국에서 시작된 경기침체가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한국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중심에 서 있다. 전직 경제부처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한국이 방역에 성공했어도 다른 나라가 셧다운되면 글로벌 밸류체인이 무너지게 되고,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올해 한국은 전례없는 경제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사실상 제로로 낮추고 있다. 이대로라면 경제위기가 한국을 할퀴고 지나간 내년에 또다시 삶을 등지는 사람이 급증할 수도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와 기업을 살리기 위해 각종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당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돈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런 대책도 중요하지만 좀 더 길게 볼 필요도 있다. 당장 먹고 살 돈을 손에 쥐어 주는 것만큼이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돈을 잃지 않고 잘 지킬 수 있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이게 바로 금융교육이다.

선진국이 숱한 금융위기를 겪고도 자살률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받은 덕분에 위기를 견디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지진이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훈련을 어릴 때부터 꾸준히 받게 하는 이유는 위기가 닥쳤을 때 몸이 기억하고 훈련받은 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다. 금융도 같은 훈련이 필요하다.

10여년 만에 경제위기가 다시 전 세계를 덮쳤다. 그런데 우리 금융교육 시스템은 1997년에도, 2008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2020년에도 초보적이고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금부터 바꾸지 않으면 다음 경제위기가 닥칠 때도 똑같은 모습일 것이다.

금융교육은 돈 몇 푼 더 벌고 말고의 한가한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재난대비 훈련과 비슷하다. 세계 10대 경제 규모에 어울리는 금융교육 시스템을 우리 아이들에게 만들어줘야 한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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