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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삶과문화] 팬데믹 시대, 음악 속 문화를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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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로 갑자기 생긴 휴식 / 각지 월드뮤직 감상 절호 기회 / 음악, 인류 희로애락 담은 ‘보고’ / 코로나19 이겨낼 힘 줄 수 있어

지난 글에 언급한 요르단 친구로부터 전화가 온 지 한 달. 잘 지내냐고 다시 한 번 전화가 왔다. 요르단에도 현재 외출 금지령이 떨어진 상태인데,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강력하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심지어 길거리에서 중무장한 군인과 탱크 부대 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니, 완전 준전시 상태라고 요르단 친구가 알려주었다. 물론 이 친구는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채 안에서 머물러 있는 상태라고 한다. 요르단 관광청에서는 9월이나 되어야 현지 분위기가 풀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하고 있다고 한다. 약속이나 한 듯, 요르단 친구로부터 온 전화를 끊자마자, 이번에는 한국어도 곧잘 하는 인도인 현지 가이드로부터 연락이 왔다. 대뜸 ‘형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안녕 못합니다’로 통화를 시작하더니, 4월 하순까지 이어지는 외출 금지령에 먹고 자고를 반복하고 있단다.

팬데믹 선언 이후, 세계 각국은 외출 금지를 포함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하는 느낌이다. 문제는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각자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어떻게 알차게 보내느냐인데, SNS 동영상을 통해 스페인에서는 아파트 건물에서 서로 악기를 연주하며 화합의 장을 연출하는 감동적인 모습이 소개되기도 했다. 물론 24시간 내내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는 없으니, 현실에 치여 각박하게 살아온 현대인으로서 갑자기 주어진 나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이용하느냐를 고민하는 것도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슬기로운 자세가 아닐까 싶다.

세계일보

황우창 음악평론가


글쓴이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음악을 통해 문화를 읽는 가장 좋은 소재이자 방법, 바로 세계 각지의 음악을 들어보는 일이다. 세상의 모든 음악은 이른바 월드뮤직이라는 용어로 1990년대 말부터 소개되었는데, 음악 형식이든 정서든,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하고 특정 지역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정서들이 음악 속에 담긴 것을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월드뮤직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할 때마다, 글쓴이는 이렇게 정의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간 본연의 정서인 희로애락에 호소하는 음악이다.” 지구 반대편 안데스 산맥의 장례 음악을 우리가 듣고서 농번기 축제 때 마을 사람들이 신나서 함께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할 리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음악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를 잠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바로 리듬과 멜로디, 우리 식 표현으로는 장단과 가락이다. 이 요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기쁘고 슬픈 감정,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분노가 소리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이것은 지역 전통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시대의 음악, 모든 장르에 적용이 된다. 이때 언어의 장벽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음악은 소리로 표현되는 예술 형태인 만큼, 먼저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사가 첨부되어 있는 음악이라면 번역을 통해 그 내용을 이해할 수도 있다. 번역 애플리케이션이라든지, 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확도가 꽤 높은 정보를 미리 얻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소리라는 물리적인 요소를 통해 감정을 교류하는 점이다. 단언하건대 음악을 마음으로 느낄 수 없는 사람이 언어를 통해 음악을 느낄 수는 없다.

음악을 즐길 때 ‘외국어 공포증’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 하나를 소개한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라지만, 세계 각지의 언어 가운데에는 로마 알파벳으로 표기된 문자를 영어식으로 읽는다면 더욱 이해하기 힘들어질 때가 많다. 그래서 글쓴이가 제안하는 방법 하나를 소개한다. 영어를 제외하고, 될 수 있는 한 ‘콩글리시’로 읽자. 월드뮤직에서는 ‘Time’을 ‘타임’으로 읽는 사람들보다, ‘티메’로 읽을 용기가 있는 사람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이제 용기를 갖자. 그리고 용감하게 도전해보자. 단, 언제나 마음을 열고. 용감하되 겸허한 마음을 지니면 음악은 몇 배 더 재미있게 들린다. 음악은 인류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읽을 수 있는 커다란 보물 상자이자, 코로나19가 몰고 온 어려운 시대를 이겨낼 수 있는 인류의 소중한 유산이기도 하다.

황우창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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