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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설왕설래] 코로나와 진해 군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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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산림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가로수는 벚나무다. 최근 5년간 벚나무류(왕벚나무, 벚나무)는 가로수용으로 153만 그루 이상이 식재되면서 전체 가로수의 18.6%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벚나무를 많이 심는 것은 봄이면 눈부시게 아름다운 벚꽃의 향연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산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벚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 중 하나다.

진해 군항제는 역사와 규모 면에서 우리나라 봄꽃 축제 가운데 으뜸이다. 창원시로 통합된 진해는 우리나라 최고의 벚꽃 여행지다. 이즈음 진해는 온통 황홀한 벚꽃 세상이다. 도시 전체가 벚꽃으로 덮여 몽환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진해는 일제 강점기에 건설된 군항 도시다. 당시 일제는 10만여 그루의 벚나무를 군항과 시내에 심었다. 광복 후에는 일제 잔재라 해서 대부분 베어졌으나, 1962년 왕벚나무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다시 벚나무를 심었다. 현재 진해의 벚나무는 대략 36만 그루로 추정된다.

지난해 군항제 기간에 400만명이 찾은 진해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는 여좌천과 경화역, 안민고개 등이다. 진해역 바로 옆 역인 경화역은 미국 뉴스채널 CNN이 운영하는 CNN Go가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으로 선정해 한층 더 유명해졌다. 해군사관학교와 해군기지사령부는 일제 때 심은 벚나무가 남아있는 진해 벚꽃의 ‘원조’이지만 군사시설이어서 군항제 기간에만 일반에 개방된다.

58회를 맞는 올해 군항제는 당초 오늘부터 내달 6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취소됐다. 1963년 축제가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창원시는 또 “올해는 아예 꽃구경하러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며 주요 벚꽃 명소를 전면 통제하는 극약처방을 내놨다.

서울 여의도 윤중로와 석촌호수, 부산 황령산과 달맞이길, 경주 보문단지, 제천 청풍호 등 다른 지역 벚꽃 명소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정세균 총리도 ‘꽃구경에 인파가 몰리면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아쉽고 속상하더라도 올해 벚꽃놀이는 자제해야 할 듯싶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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