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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강천석 칼럼] 4월 15일, ‘대통령 애국심’과 ‘국민 애국심’ 차이를 보여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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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한 정책 葬禮 안 치러 ‘좀비 정책’이 나라 흔든다

'문재인 대법원' ‘문재인 헌법재판소’ ‘문재인 공수처’ 票로 심판해야

조선일보

강천석 논설고문


4·15 총선은 마스크를 쓴 유권자들이 마스크로 얼굴의 3분의 2를 가린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고르는 ‘마스크 선거’다. 정부가 만든 코로나 19 방역(防疫) 지침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2m의 ‘건강 거리’를 지키라고 한다. 전국 수천 개 투표소에서 ‘건강 거리’를 지키는 줄이 만들어질 리 없으니 ‘위험한 선거’다. ‘색맹(色盲) 투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누더기 선거법은 급조(急造) 비례정당을 양산(量産)했고, 그 정당마다 ‘오뉴월 썩은 고기에 구더기 끓듯’ 후보자들이 달라붙어 있다. 그들 간의 차이를 어떻게 구별하나.

4월 15일은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1072일이 되는 날이다. 임기 만료까지는 755일이 남아 있다. 대통령은 약속대로 국민에게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현실'을 안겨줬다. 대통령은 취임 후 9번째 대법관까지 내 편 사람으로만 앉혀 '문재인 대법원'을 만들었다. 임기 중 14명 대법관 가운데 13명을 교체한다. 헌법재판관도 9명 가운데 8명을 교체해 '문재인 재판소'를 완성한다. 7월에 출범한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문재인 공수처'가 될 것이다.

4·15 총선은 이런 '현실'에 대한 심판이 돼야 한다. 그러나 지난 석 달 가까이 내리퍼붓는 코로나 폭설(暴雪)은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선거법 196조(선거의 연기) 1항은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를 실시할 수 없을 때는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여당은 말이 없다. 나쁠 게 없다는 계산일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미래통합당의 침묵(沈默)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을 계승한다고 한다. 영화는 1탄(彈)보다 재밌는 2탄이 없고, 정치에선 누구를 계승한다는 아류(亞流) 정권치고 신통한 정권이 없다. '노무현 자동차'와 '문재인 자동차'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노무현 자동차'는 운전대·액셀러레이터·브레이크·백미러가 다 있었다. '문재인 차(車)'는 달랑 액셀러레이터뿐이다. 내리막·오르막·절벽 길·S 커브를 가리지 않고 액셀러레이터만 밟는다. 백미러가 없는 차라 주차(駐車)할 때마다 이리 쿵 저리 쿵이다. 그때마다 뒷자리 승객들은 십년감수(十年減壽)라는 말이 이런 거구나를 실감한다. '노무현 자동차'는 한·미 FTA라는 급경사 언덕길도 올랐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씨앗을 뿌린 지 3년이 다 돼간다. 밭두렁에 무작정 쪼그리고 앉아 이제나저네나 하고 싹이 트기를 기다리는 것은 인내가 아니다. '정책과 이론은 장례식(葬禮式)을 치르면서 더 나은 발전을 향해 나아간다.' 197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말이다. 이 정권에선 죽어 마땅한 정책도 장례식을 치른 적이 없다. 그 결과 '좀비정책'이 여전히 살아 나라를 주무른다.

올해 복지 관련 예산은 167조원으로 2010년 74조원보다 2.3배로 늘었다. 여당 지배하의 지방자치단체들은 현금 복지를 해마다 120가지씩 늘려왔다. 복지 효과 판단에 참고가 될 사례가 있다. 서울시는 1989년 매일 440만t의 수돗물을 공급했다. 20년 후인 2011년엔 수돗물 하루 공급량을 327만t으로 줄였다. 연간(年間)으로 치면 4억4000만t이 감소했다. 물 사정이 어찌 됐을까. 대폭 개선됐다. 낡고 금 간 송·배수관(送配水管)을 교체해 물이 땅속으로 새나가는 누수율(漏水率)을 40%에서 4%로 낮췄기 때문이다. 줄줄 새는 송·배수관으로 아무리 돈을 흘려보내도 서민들 주름살은 펴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 평가에 앞서 쉬운 문제를 하나 먼저 풀어보자. 출제자(出題者)는 199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100달러에 산 물건을 80달러에 파는 소매상의 미래는?' '매월 1000달러 벌면서 1500달러씩 소비하는 가정의 미래는?' 한쪽은 파산(破産)이고 다른 한쪽은 빚더미다. '그럼 나라 자원을 경제 원리를 무시하고 흥청망청 써대는 정치가의 미래는?' 승승장구(乘勝長驅)하다 마지막 순간 정치가의 운명과 나라 목숨이 동시에 끊어진다.

1979년 공화당 레이건 후보는 “미국 경기 회복은 백악관의 지미 카터가 실직(失職)할 때 시작한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는 카터 낙선(落選) 이후 되살아났다. 4·15 총선은 그런 선거가 아니다. 대통령은 27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사에서 ‘애국’과 ‘애국심’이란 단어를 12번이나 사용했다. 4월 15일 유권자들은 ‘국민의 애국심’이 ‘대통령의 애국심’과 어떻게 다른지를 표(票)를 통해 보여 주어야 한다.

[강천석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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