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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트럼프 재촉하는데…GM·포드는 왜 빨리 인공호흡기를 만들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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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시 상황에 준하는 인공호흡기 생산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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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왜 빨리 인공호흡기를 생산하지 않느냐"는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27일(현지시간) 한국전쟁 시절 만들어진 국방물자생산법에 정식 서명해 발동하는 등 자동차 기업에 강제적으로 인공호흡기 생산을 명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완성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국방물자생산법과 관련해 "GM이 인공호흡기를 위한 연방 차원의 계약을 수용하고 이행하고 우선순위에 놓게 하는 모든 권한을 보건복지부가 이용하도록 결정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까지 손에 잡히는 생산 실적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GM을 겨냥해 "시간을 낭비했다", "어리석게 폐쇄했던 오하이이오주 공장 등을 얼른 열어야 한다"라며 원색적인 표현으로 신속한 생산을 촉구했다.

포드를 향해서도 격분한 듯 "인공호흡기 생산을 계속하라, 빨리(FAST!!!!!!)"라고 적은 뒤 국방물자생산법을 언제든지 GM과 포드에 강제적으로 발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분노 트윗을 야기한 두 대표 자동차 기업은 이달 초부터 인공호흡기 전문 제작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관련 기술과 인력 배치 등을 논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양한 제조 업종 중 자동차 기업을 특정해 인공호흡기 생산을 재촉하는 이유는 기술의 유사성 때문이다.

인공호흡기는 환자의 폐로 공기를 전달해 적절한 환기를 제공하는 의료기기로, 자동차의 흡기·배기 파트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의료기기인만큼 자동차보다 훨씬 정교한 기술력이 적용되지만, 기본적으로 자동차 부품의 센서·밸브·콤프레서 기술이 인공호흡기와 공통분모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엔진에 산소를 공급하는 흡·배기 시스템은 액셀러레이터 반응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기술 진보가 이뤄진 분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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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과 벤텍라이프사이언스가 협력해 제작할 인공호흡기 구조. <사진=벤텍라이프사이언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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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GM은 벤텍라이프사이언스를, 포드는 GE헬스케어를 파트너로 선정해 자동차공장 내 신규 생산 라인 구축 작업을 논의 중이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가장 많은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GM은 역설적으로 인공호흡기 생산을 위해 가장 열심히 뛰는 기업으로 평가 받는다.

인디애나주 코코모 공장에 1000명을 투입해 이르면 4월 중 첫 양산 제품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이종업종 간 유례 없는 협력을 통해 4월 이후 월 1만개의 인공호흡기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속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GM과 달리 포드는 대기업인 GE헬스케어를 파트너로 선택하면서 다소 여유를 확보했다.

포드는 GE헬스케어가 제작하는 제품 중 인공호흡기 본연의 기능 이 외에 다양한 부가 기능을 모두 포기한 '무옵션' 버전을 선택해 공동생산을 준비 중이다.

인공호흡기 기술 난도가 워낙 높다 보니 자동차로 치면 다양한 선택사양을 뺀 수동기어 방식의 기본형 모델과 같은 인공호흡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포드 측은 24일 "아직 생산 출고일과 관련해 (GE헬스케어와) 어떤 정보도 공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압박에 관계없이 양사 간 기술적 협력 프레임에 따라 향후 스케줄을 결정할 계획임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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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문자와 느낌표를 남발하며 GM과 포드를 상대로 분노를 표출한 트윗 내용.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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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아직 협력 파트너를 최종 확정하지 않은 테슬라는 GM과 포드의 생산 상황을 봐가며 추가로 인공호흡기 생산 작업에 합류할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트위터에서 메드트로닉사와 기술적 논의를 하고 있다는 진행상황을 전한 바 있다.

머스크 CEO는 "(만약 우리가 인공호흡기를 만든다면) 그것은 최고 기술 수준의 제품이 될 것"이라며 신속 생산을 위해 복잡한 옵션 사항을 뺀 단순 제품 생산을 추구하는 포드와 다른 행보를 시사했다.

머크스 CEO의 이런 입장에 대해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말만 화려한 테슬라보다 현실적 선택을 한 포드가 미국 시민들의 생명 보호에 더 효과적이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가전기업인 다이슨이 새로운 인공호흡기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인공호흡기 제작을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맡기는 게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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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이 최근 공개한 인공호흡기 시제품 '코벤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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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은 최근 '코벤트(CoVent)’라고 명명된 시제품 디자인을 공개했다. 상세한 스펙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다이슨 측은 "새 인공호흡기 제품은 매우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산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대량화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혀 포드와 GE헬스케어가 추구하는 '부가기능 최소화'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영국 정부로부터 1만대의 인공호흡기 주문을 받은 다이슨은 이 제품이 보건당국의 사용 승인만 얻으면 4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생산과 현장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인 더 가디언은 다이슨이 아무런 의료기기 경험이 없음에도 진공청소기의 모터와 헤파필터 등 연관 기술을 기반으로 초단기간에 시제품을 완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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